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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호수

나태주 호수. 짧지만 여운이 남는 사랑시.나태주/호수네가 온다는 날마음이 편치 않다아무래도 네가 얼른와줘야겠다바람도 없는데호수가 일렁이는 건바로 그 때문이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밥북, 2018. 🍎 해설그리운 사람이 온다는 기별을 받은 후로 뭔지 조마조마하고 애가 탄다. 그 마음이 호수와 같다. 바람이 한 점 없는데도 호수의 수면에 잔물결이 일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은 나의 초조한 마음과 온다는 사람에 대한 나의 그리운 마음때문이다.  짧지만 여운이 남는 아름다운 사랑시다. 네가 온다는 날마음이 편치 않다아무래도 네가 얼른와줘야겠다바람도 없는데호수가 일렁이는 건바로 그 때문이다.마음이 편치 않다아 네가 얼른와줘야겠다바람도 없는데호수가 일렁이는 바로 그 때문이

짧은 시 2024.09.05

김광규 묘비명

김광규 묘비명. 정신적 가치관을 성찰하게 만드는 시.김광규/묘비명한 줄의 시는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꿋꿋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남아 귀중한 사료(史料)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시인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 ❄출처 : 김광규 시집,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문학과지성사, 2002. 🍎 해설'물질적 가치'만을 추구하며 정신적인 가치의 중요성이 잊혀지기 시작한 현대사회다. 물질적인 부나 사회적 명성이 역사에 남길 진정한 가치일까? 이 시는 반어법을 통해 ..

좋은시 2024.08.04

이문재 사랑과 평화

이문재 사랑과 평화. 사람은 만들어지는 존재다.사랑과 평화/이문재사람이 만든 책 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 사람이 만든 노래보다노래가 만든 사람이 더 많다. 사람이 만든 길보다길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 사랑으로 가는 길은 오직 사랑뿐사랑만이 사랑으로 갈 수 있다.그래야 사람이 만든 사랑보다사랑이 만든 사람이 더 많아진다. 평화로 가는 길 또한 오직 평화뿐평화만이 평화로 갈 수 있다.평화만이 평화를 만들 수 있다.그래야 사람이 만든 평화보다평화가 만든 사람이 더 많아진다. 이 또한 오래된 일이다. ❄출처 : 이문재 시집, 『혼자의 넓이』, 창비, 2021. 🍎 해설전쟁에서 이기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힘의 논리만 강화되는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가고 있다면 문제가 있다. 시인은 평화만이 평화를 만들..

좋은시 2024.07.17

나태주 강물과 나는

나태주 강물과 나는. 다른 생명을 경외하는 마음.강물과 나는/나태주맑은 날강가에 나아가바가지로강물에 비친하늘 한 자락떠올렸습니다 물고기 몇 마리흰구름 한 송이새소리도 몇 움큼건져 올렸습니다 한참동안 그것들을가지고 돌아오다가생각해보니아무래도 믿음이서지 않았습니다 이것들을기르다가 공연스레죽이기라도 하면어떻게 하나 나는 걸음을 돌려다시 강가로 나아가그것들을 강물에풀어 넣었습니다 물고기와 흰구름과새소리 모두강물에게돌려주었습니다 그날부터강물과 나는친구가 되었습니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강물과 나는』, 이야기꽃, 2023. 🍎 해설아이가 징검돌에 걸터앉아 가만히 들여다본 강물에는 나무 그림자와 산 그늘, 흰 구름, 조그만 물고기 몇 마리가 사랑스럽게 담겨 있다. 그것들을 한 움쿰 건져올린 아이는 집으..

좋은시 2024.07.06

노천명 장날

노천명 장날. 일제 치하 산골 마을의 토속적인 삶의 모습.장날/노천명대추 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 이십 리를 걸어 열하룻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 막내딸 이쁜이는 대추를 안 준다고 울었다 송편 같은 반달이 싸릿문 위에 돋고 건너편 성황당 사시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저녁 나귀 방울에 지껄이는 소리가 고개를 넘어 가차워지면 이쁜이보다 삽살개가 먼저 마중을 나갔다 🍒 ❄출처 : 노천명 시집, 『산호림』, 한성도서주식회사, 1938. 🍎 해설일제 치하의 어느 산골 마을이다. 추석을 쇠기 위해서는 대추나 밤을 팔아서 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이른 새벽 이십 리를 걸어 열하룻장을 보러 간다. 제사상을 차리려면 대추 밤을 따서 장날 내다 팔아야 했다. ‘돈사야’는 그래야 돈이 된다는 이야기다. 먹고 싶은 대추를 부..

좋은시 2024.07.03

최두석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최두석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소통과 동행의 정신을 추구하게 만드는 시.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최두석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무슨 꽃인들 어떠리 그 꽃이 뿜어내는 빛깔과 향내에 취해 절로 웃음 짓거나 저절로 노래하게 된다면 사람들 사이에 나비가 날 때 무슨 나비인들 어떠리 그 나비 춤추며 넘놀며 꿀을 빨 때 가슴에 맺힌 응어리 저절로 풀리게 된다면 🍒 ❄출처 : 최두석 시집,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문학과지성사, 1998. 🍎 해설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에는 애증이 교차한다. 좋은 일도 많지만 가슴에 응어리가 맺히는 일도 일어난다. 사람과 사람 사이 꽃은 피고 나비가 난다면 아름다운 경지다. 맺힌 응어리를 하나하나 풀어내는 일이다. 가슴에 맺힌 응어리도 시간이 가면 저절로 풀리는 경우..

좋은시 2024.06.30

박목월 모일

박목월 모일.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모일(某日) /박목월시인이라는 말은내 성명 위에 늘 붙는 관사(冠詞).이 낡은 모자를 쓰고나는비오는 거리로 헤매였다.이것은 전신을 가리기에는너무나 어줍잖은 것또한 나만 쳐다보는어린 것들을 덮기에도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것.허나, 인간이평생 마른옷만 입을가부냐.다만 모발이 젖지 않는그것만으로나는 고맙고 눈물겹다. 🍒 ❄출처 : 박목월, 『박목월 시전집』, 민음사, 2003. 🍎 해설* 모일(某日): 어느 날 * 관사(冠詞): 명사 앞에 붙어서 그 명사를 설명해 주는 수식어.시인은 어느 날 문득, 시인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본다. 시인이라는 명칭을 달고 있으나 시인은 스스로 좀 부족하다고 말한다. 자신을 다 표현하기에도 부족하고, 식구들 먹여 살리기에도..

좋은시 2024.06.23

김미혜 참!

김미혜 참! 짝퉁과 페이크뉴스가 기승을 부리는데...참!/김미혜  "이거 진짜예요?"엄마는 참기름 살 때 꼭 물어보아요.  참깨,참쑥,참취,참꽃,참나무,참나물,참숯,참빗,참나리,참비름,참개암나무,참새,참게,참매미,참개구리,참다람쥐,참당나귀,참치,참붕어,참조기,참가자미,참말,참뜻,참사랑,참소리,참값......  "참"이란 뜻을 가진 낱말이 이렇게 많은데 이름처럼 참된 것들 얼마나 있을까요?  참! 🍒 ❄출처 : 김미혜 시집, 『아기 까치의 우산』, 창비, 2005. 🍎 해설  "이거 진짜예요?" 물어보는 것이 유행어처럼 되어 버렸다. 짝퉁과 페이크뉴스가 난무하는 시대에 참되게 진실 되게 살라고 넌지시 알려주는 경구와 같은 시다. 어릴 적 엄마와의 대화에서 아주 쉬운 시어로 실마리를 풀어가는 기법이 참신..

좋은시 2024.06.11

김남조 6월의 시

김남조 6월의 시. 6월에는 보리밭에서 잠시 쉬어 가자.6월의 시/김남조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 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비단인가도 싶고 은 물결 금 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 ❄출처 : 김남조, 『김남조 시전집』, 국학자료원, 2005. 🍎 해설6월은 생명의 어울림이 더욱 특별해 지고 사랑과 낭만이 넘치는 달이다. 시인은 6월에는 깊은 화평의 숨..

좋은시 2024.06.04

김광규 오래된 물음

김광규 오래된 물음. 생동감 넘치는 아이들 모습에서 놀라운 생명력을 느끼자.오래된 물음/김광규누가 그것을 모르랴시간이 흐르면꽃은 시들고나뭇잎은 떨어지고짐승처럼 늙어서우리도 언젠가 죽는다 땅으로 돌아가고하늘로 사라진다그래도 살아갈수록 변함없는세상은 오래된 물음으로우리의 졸음을 깨우는구나 보아라새롭고 놀랍고 아름답지 않으냐쓰레기터의 라일락이 해마다골목길 가득히 뿜어내는깊은 향기볼품없는 밤송이 선인장이깨어진 화분 한 귀퉁이에서오랜 밤을 뒤척이다가 피워낸밝은 꽃 한송이 연못 속 시커먼 진흙에서 솟아오른연꽃의 환한 모습그리고인간의 어두운 자궁에서 태어난아기의 고운 미소는 우리를더욱 당황하게 만들지 않느냐 맨발로 땅을 디딜까봐우리는 아기들에게 억지로신발을 신기고손에 흙이 묻으면더럽다고 털어준다 도대체땅에 뿌리박지 ..

좋은시 202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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