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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산

김소월 산. 일제 식민지 시대를 정면에서 대응하지 못하는 시인의 고뇌.산/김소월산(山)새도 오리나무위에서 운다산새는 왜 우노, 시메산골영(嶺) 넘어 갈라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나리네, 와서 덮이네.오늘도 하룻길칠팔십리돌아서서 육십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삼수갑산에 다시 불귀.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십오년 정분을 못 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산새도 오리나무위에서 운다.삼수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 ❄출처 : 『개벽』 40호, 1923. 10,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RHK. 2020. 🍎 해설*시메 : 깊은 산골.*불귀(不歸) :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뜻. 고향을 그리워하며 낯선 타향에서 유랑의 길을 걷는 시인의 비애감을 표출하고 있다. 시인은 ..

좋은시 2025.04.03

김동명 내 마음은 호수요

내 마음은 호수요/김동명내 마음은 호수요그대 노 저어 오오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오그대 저 문을 닫어주오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나는 달아래 귀를 기울이며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오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이제 바람이 일면나는 또 나그네같이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 ❄출처 : 1937년 6월 『조광』에 발표되었고, 1938년에 발간된 김동명의 제2시집 『파초』에 수록되었다. 🍎 해설이 시는 다양한 비유와 적절한 어조를 활용하여 사랑의 기쁨과 애닲음을 감미롭게 노래한 서정시다. 시인은 각 연에서 자신의 마음을 은유법을 활용하여 네 가지..

좋은시 2025.03.30

변영로 논개

변영로 논개, 언제나 감동을 주는 대표작인 항일시.논개/변영로거룩한 분노는종교보다도 깊고불붙는 정열은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그 물결 위에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높게 흔들리우며그 석류 속 같은 입술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그 물결 위에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길이길이 푸르리니그대의 꽃다운 혼(魂)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그 물결 위에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그 마음 흘러라. 🍒 ❄출처 : 변영로 시집, 『조선의마음』, 평문관. 1924. 🍎 해설변영로 시인이 일제 치하인 1922년 3월 《신생활》지에 발표한 이 시는 20년대 전반기 한국 항일시의 정상을 보여 주는..

좋은시 2025.03.28

변영로 봄비

변영로 봄비. 서정성, 음악성이 출중한 항일시.봄비/변영로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아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같이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그의 향기로운 자랑 앞에 자지러지노라!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  ❄출처 : 변영로 시집, 『조선의마음..

좋은시 2025.03.27

김명인 동두천 1

김명인 동두천 1. 일종의 상처와도 같았던 도시 동두천을 다시 생각해 본다.동두천 1/김명인기차가 멎고 눈이 내렸다 그래 어둠 속에서번쩍이는 신호등불이 켜지자 기차는 서둘러 다시 떠나고내 급한 생각으로는 대체로 우리들도 어디론가가고 있는 중이리라 혹은 떨어져 남게 되더라도저렇게 내리면서 녹는 춘삼월 눈에 파묻혀 흐려지면서 우리가 내리는 눈일 동안만 온갖 깨끗한 생각 끝에역두(驛頭)의 저탄 더미에 떨어져몸을 버리게 되더라도배고픈 고향의 잊힌 이름들로 새삼스럽게서럽지는 않으리라 그만그만했던 아이들도미군을 따라 바다를 건너서는더는 소식조차 모르는 이 바닥에서 더러운 그리움이여 무엇이우리가 녹은 눈물이 된 뒤에도 등을 밀어캄캄한 어둠 속으로 흘러가게 하느냐바라보면 저다지 웅크린 집들조차 여기서는공중에 뜬 신기루..

좋은시 2025.03.12

오일도 내 소녀

오일도 내 소녀. 독자가 완성하는 짧은 명시.내 소녀/오일도(吳一島)빈 가지에 바구니 걸어놓고내 소녀 어디 갔느뇨. .......................박사(薄紗)의 아지랭이오늘도 가지 앞에 아른거린다. 🍒 ❄출처 : 오일도 창간, 『시원(詩苑)지』, 1935년.  🍎 해설‘박사(薄紗)’: 비단(生絹)으로 얇게 짠 옷감. 1930년대에 이토록 짧은 서정시가 창조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봄. 산나물을 캐러 온 소녀, 바구니만 나뭇가지에 걸리고 소녀는 보이지 않는 공간이다. 점선은 이 소녀에 대한 행방을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표현이다.  아지랑이가 오늘도 나뭇가지 앞에 그냥 아른거리고 있다.누구에게나 있어왔던 `내 소녀`. 그 내 소녀는 지금 어디서 뭘하고 있다는 말이냐? 독자가 직접 마음 속..

짧은 시 2025.03.09

신달자 서늘함

신달자 서늘함. 욕망이 낮고 작고 가벼워져야...서늘함/신달자주소 하나 다는 데 큰 벽이 필요없다지팡이 하나 세우는데 큰 뜰이 필요없다마음 하나 세우는 데야큰 방이 왜 필요한가언 밥 한 그릇 녹이는 사이쌀 한 톨만한 하루가 지나간다 ​❄출처 : 신달자 시집, 『북촌』, 민음사. 2016. 🍎 해설늙으면 살던 집을 좁히고, 이고 지고 끼고 살던 것을 버리고, 일을 줄인다. 작아진 몸을 눕힐 주소 하나, 낮아진 몸을 의지할 지팡이 하나, 굼뜬 몸을 일으켜 세워줄 마음 하나, 주먹만 한 위를 채워줄 언 밥 한 그릇으로 삶이 압축된다. 우리네 인간에게 찾아오는 하루는 `쌀 한 톨`과 같다. 그러나 농부에게 쌀 한 톨은 전체이다. 전부를 추수한 것과 마찬가지이니. 고통이든 행복이든 하루를 잘 살면 인생을 잘 사..

좋은시 2024.12.29

김민부 기다리는 마음

김민부 기다리는 마음. 기다림은 기다랗다.기다리는 마음/김민부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 주오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 주오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빨래 소리 물레 소리에 눈물 흘렸네 봉덕사에 종 울리면 날 불러 주오저 바다에 바람 불면 날 불러 주오기다려도 기다려도 임 오지 않고파도 소리 물새 소리에 눈물 흘렸네  ❄출처 : 김민부, 『김민부 시선』,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 해설옛날에 제주도 청년 하나가 뭍에 도착한 곳이 목포다. 청년은 제주도에 두고 온 여인을 그리며 목포 유달산 뒤 월출봉에 올랐고, 고향 여인은 간 곳 모르는 그 청년을 기다리며 매일 일출봉에 올라 육지를 바라보다가 기어이 망부석이 되고 말았다. 이 전설을 시로 만들었다. 기다림은 기다랗다. 소망이 있는 한, 기다..

좋은시 2024.12.28

이정록 저 많이 컸죠

이정록 저 많이 컸죠. 성인의 마음도 움직이는 아름다운 동시.저 많이 컸죠/이정록할머니는싱크대가 자꾸 자라는 것 같다고 합니다장롱도 키가 크는 것 같다고 허리 두드립니다 할머니 키가 작아져서 그래말하려다가 이불을 펴 드렸습니다허리가 꼬부라져서 그런거야입술을 삐죽이다가, 싱크대 찬장높은 칸에 놓인 그릇을아래 칸에 내려놓았습니다 우리 손자 많이 컸다고이제 아비만큼 자랐다고 웃습니다쓰다듬기 좋게 얼른 머리를 숙입니다 ❄출처 : 이정록 시집, 『저 많이 컸죠』, 창비, 2013. 🍎 해설자꾸만 작아지는 할머니 키를 키우는 방법을 손자는 알고 있다. 싱크대에 올려진 그릇을 할머니 손에 잘 닿도록 낮은 곳으로 옮겨 놓는다. 우리 손자 많이 컸다고 이제 아비만큼 자랐다고 웃는다. 손자는 할머니가 쓰다듬기 좋게 얼른..

좋은시 2024.12.27

김선태 옛집 마당에 꽃피다

김선태 옛집 마당에 꽃피다. 꽃은 세계를 변화시킨다.옛집 마당에 꽃피다/김선태옛집 마당을 숨어서 들여다본다 누군가 빈집을 사들여 마당에 텃밭을 가꾸었나온갖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울며 맨발로 뛰쳐나왔던 내 발자국 위에울음꽃 대신 유채꽃 고추꽃 환하다어머니 아버지 뒤엉켜 나뒹굴던 자리에도언제 그랬냐는 듯 깨꽃 메밀꽃 어우러졌다 불화의 기억 속으로 화해가 스민 것인가 가만히 귀 기울이니 식구들 웃음소리 들린다폭력의 아버지도 눈물의 어머니도뿔뿔이 흩어졌던 형제들도 모두들 돌아와마당에 꽃으로 웃고 있다 슬며시 옛집 마당에 들어가 꽃으로 서본다 ❄출처 : 김선태 시집, 『그늘의 깊이』, 문학동네. 2014. 🍎 해설어릴 때 살던 옛집을 훔쳐 본다. 그 마당에 누가 가꾸었는지 옛날의 울음꽃 대신 유채꽃, 고추..

좋은시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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