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김종해 텃새

무명시인M 2025. 5. 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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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해 텃새.

김종해 텃새. *텃새: 참새, 까치처럼 철새가 아닌 새들.

텃새

/김종해

하늘로 들어가는 길을 몰라
새는 언제나 나뭇가지에 내려와 앉는다
하늘로 들어가는 길을 몰라
하늘 바깥에서 노숙하는 텃새
저물녘 별들은 등불을 내거는데
세상을 등짐지고 앉아 깃털을 터는
텃새 한 마리
눈 날리는 내 꿈길 위로
새 한 마리
기우뚱 날아간다 🍒
 
❄출처 : 김종해 시집, 『풀』, 문학세계사,  2001.
 

🍎 해설

텃새가 하늘 들어가는 길을 몰라 매일 하늘 바깥에서 노숙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과의 공존, 공생이 그리워서, 또는 불가피해서 그러는 것인지도 모른다.
 
남과 더불어 살다보면 분노와 증오, 치열한 삶의 시각이 때로 자신의 주장에 얹혀지기도 하겠지만, 시인은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의 뿌리를 다듬어 낸다.
 
*시인의 말
나는 이런 시가 좋다
아침에 짤막한 시 한 줄을 읽었는데, 하루종일 방안에 그 향기가 남아 있는 시.
사람의 온기가 담겨 있는 따뜻한 시.
영혼의 갈증을 축여주는 생수 같은 시.
눈물이나 이슬이 묻어 있는 듯한, 물기 있는 서정시를 나는 좋아한다.
때로는 핍박받는 자의 숨소리, 때로는 칼날 같은 목소리.
노동의 새벽이 들어 있는 시를 나는 좋아한다.
고통스러운 삶의 한철을 지내는 동안 떫은 물 다 빠지고
시인의 마음 안에서 열매처럼 익은 시.
너무 압축되고 함축되다가 옆구리가 터진 시.
그래서 엉뚱하고 다양한 의미로 보이기까지 하는 선시(禪詩) 같은 시.
뿌리와 줄기도 각기 다르고, 빛깔과 향기도 다르지만,
최상의 성취를 꽃으로 빚어내는 하느님의 시.
삶의 일상에서는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있다가
세상사의 중심을 시로써만 짚어내는 시인의 시.
시로써 사람을 느끼며, 그래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자랑하고 싶은 시.
울림이 있는 시, 향기 있는 시.
나는 이런 시가 정말 좋다.
❄출처 : 김종해 시집, 『풀』, 문학세계사. 2001, 시인의말.
 

하늘로 들어가는 길을 몰라
새는 언제나 나뭇가지에 내려와 앉는다
하늘로 들어가는 길을 몰라
하늘 바깥에서 노숙하는 텃새
저물녘 별들은 등불을 내거는데
세상을 등짐지고 앉아 깃털을 터는
텃새 한 마리
눈 날리는 내 꿈길 위로
새 한 마리
기우뚱 날아간다

하늘로 들어가는 길을 몰라
하늘 바깥에서 노숙하는 텃새
세상을 등지고 앉아 깃털을 터는
눈 날리는 내 꿈길 위로 새 한 마리
기우뚱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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