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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땅. 아들에게 땅을 물려줘야 할까?
땅
/안도현
내게 땅이 있다면
거기에 나팔꽃을 심으리
때가 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라빛 나팔 소리가
내 귀를 즐겁게 하리
하늘 속으로 덩굴이 애쓰며 손을 내미는 것도
날마다 눈물 젖은 눈으로 바라보리
내게 땅이 있다면
내 아들에게는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다만 나팔꽃이 다 피었다 진 자리에
동그랗게 맺힌 꽃씨를 모아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
❄출처 : 안도현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 문학동네. 2011.
🍎 해설
내 자식들에게 부의 상징인 비싼 땅을 물려 주는 것 보다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무한한 가능성을 물려주고 싶다. 땅이 있다면 나팔꽃을 심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랏빛 나팔소리가 귀를 즐겁게 하고' , 나팔꽃이 지고 난 후 꽃 진 자리에 맺힌 꽃씨의 인내를 아이가 보게 한다. 새싹은 끝없는 희망을 상징한다.
오늘 마음의 정처를 잃고 표류하는 우리를 질긴 사랑과 연민의 힘으로 삶에 비끌어매어 주는 동아줄 같은 시다.
내게 땅이 있다면
거기에 나팔꽃을 심으리
때가 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라빛 나팔 소리가
내 귀를 즐겁게 하리
하늘 속으로 덩굴이 애쓰며 손을 내미는 것도
날마다 눈물 젖은 눈으로 바라보리
내게 땅이 있다면
내 아들에게는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다만 나팔꽃이 다 피었다 진 자리에
동그랗게 맺힌 꽃씨를 모아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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