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 라일락. 지난 일은 잊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라일락
/허수경
어떡하지,
이 봄을 아리게
살아버리려면?
신나게 웃는 거야, 라일락
내 생애의 봄날 다정의 얼굴로
날 속인 모든 바람을 향해
신나게 웃으면서 몰락하는 거야
스크랩북 안에 든 오래된 사진이
정말 죽어버리는 것에 대하여
웃어버리는 거야, 라일락,
아주 웃어버리는 거야
공중에서는 향기의 나비들이 와서
더운 숨을 내쉬던 시간처럼 웃네
라일락, 웃다가 지네
나의 라일락 🍒
❄출처 : 허수경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문학과지성사, 2016.
🍎 해설
지나간 일은 잊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자는 시적 메시지가 있다.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활짝 피어나 향기를 내뿜는 라일락은 희망의 상징이다.
"서로에게 '괜찮다' 응원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는 사랑의 아픔을 겪지 않겠다고, ‘다정의 얼굴로 날 속인 모든 바람’에게 더는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 봄을 아리게 살지 않겠다고, 나아가 다 떨쳐내고 웃을 거라고 말은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는, 라일락에 서린 옛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다. 그 아린 마음에 라일락 향기가 아름답게 묻어 있다. 시적 리듬이 뛰어나다.
교보생명은 광화문글판 2025년 봄편으로 이 시를 채택하면서 다음 시 구절을 글판 문안으로 내걸었다.
"신나게 웃는 거야, 라일락
내 생애의 봄날 다정의 얼굴로"
어떡하지,
이 봄을 아리게
살아버리려면?
신나게 웃는 거야, 라일락
내 생애의 봄날 다정의 얼굴로
날 속인 모든 바람을 향해
신나게 웃으면서 몰락하는 거야
스크랩북 안에 든 오래된 사진이
정말 죽어버리는 것에 대하여
웃어버리는 거야, 라일락,
아주 웃어버리는 거야
공중에서는 향기의 나비들이 와서
더운 숨을 내쉬던 시간처럼 웃네
라일락, 웃다가 지네
나의 라일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