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허수경 라일락

무명시인M 2025. 5. 1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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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라일락.

허수경 라일락. 지난 일은 잊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라일락

/허수경

어떡하지,

이 봄을 아리게

살아버리려면?

 

신나게 웃는 거야, 라일락

내 생애의 봄날 다정의 얼굴로

날 속인 모든 바람을 향해

신나게 웃으면서 몰락하는 거야

 

스크랩북 안에 든 오래된 사진이

정말 죽어버리는 것에 대하여

웃어버리는 거야, 라일락,

아주 웃어버리는 거야

 

공중에서는 향기의 나비들이 와서

더운 숨을 내쉬던 시간처럼 웃네

라일락, 웃다가 지네

나의 라일락 🍒

 

출처 : 허수경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문학과지성사, 2016.

 

🍎 해설

지나간 일은 잊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자는 시적 메시지가 있다.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활짝 피어나 향기를 내뿜는 라일락은 희망의 상징이다.

 

"서로에게 '괜찮다' 응원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는 사랑의 아픔을 겪지 않겠다고, ‘다정의 얼굴로 날 속인 모든 바람에게 더는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 봄을 아리게 살지 않겠다고, 나아가 다 떨쳐내고 웃을 거라고 말은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는, 라일락에 서린 옛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다. 그 아린 마음에 라일락 향기가 아름답게 묻어 있다. 시적 리듬이 뛰어나다.

 

교보생명은 광화문글판 2025년 봄편으로 이 시를 채택하면서 다음 시 구절을 글판 문안으로 내걸었다.

 

"신나게 웃는 거야, 라일락

내 생애의 봄날 다정의 얼굴로"

 

어떡하지,

이 봄을 아리게

살아버리려면?

 

신나게 웃는 거야, 라일락

내 생애의 봄날 다정의 얼굴로

날 속인 모든 바람을 향해

신나게 웃으면서 몰락하는 거야

 

스크랩북 안에 든 오래된 사진이

정말 죽어버리는 것에 대하여

웃어버리는 거야, 라일락,

아주 웃어버리는 거야

 

공중에서는 향기의 나비들이 와서

더운 숨을 내쉬던 시간처럼 웃네

라일락, 웃다가 지네

나의 라일락

어떡하지, 이 봄을 아리게 살아버리려면?
신나게 웃는 거야, 라일락 내 생애의 봄날 다정의 얼굴로
날 속인 모든 바람을 향해
더운 숨을 내쉬던 시간처럼
라일락, 웃다가 지네 나의 라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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