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무명시인M 2024. 11. 14.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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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백석 시인의 소확행.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운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 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느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꾸 들려오는 탓이다. 🍒
 
❄출처 : 백석 지음, 이숭원 엮음, 『백석 시, 백편』, 태학사, 2023.
 

🍎 해설

* 잠풍: 잔잔하게 부는 바람
달재: 달강어, 바닷물고기
진장: 진간장
 
이 시에서 '외면하다'의 뜻은 반어법이다. '너무 행복하여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다', 이런 뜻이다.
 
이 시에서 백석은 자신의 소확행 小確幸을 잔잔하게 노래한다.
기분이 좋은 이유는 날씨가 좋은 탓이고, 또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가서 좋은 것이라고 한다.
 
매일 같은 넥타이를 매고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지만 그 넥타이를 선물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작은 월급에 만족을 느끼고 제멋대로 수염도 길러 자신의 개성도 표현 할 줄 아는 것이 행복하다.
 
자신이 아는 사람들이 아니지만 어느 가난한 가족들의 생선 굽는 저녁 풍경에도 행복하다.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소확행 小確幸. 소박한 삶을 사랑했던 시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운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 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느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꾸 들려오는 탓이다.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똑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운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 많지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젊은 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보는 탓이고
어느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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