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김소월 가을 저녁에

무명시인M 2024. 11. 18.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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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가을 저녁에.

김소월 가을 저녁에. 사랑은 인내의 미학.

가을 저녁에

/김소월

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 보다도.
구름은 붉구나, 해 보다도.
서럽다, 높아가는 긴 들끝에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늘 깊어 오르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
키높은 나무 아래로, 물마을은
성깃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言約)도 없건마는!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나는 오히려 못물가를 싸고 떠돈다.
그 못물로는 놀이 잦을 때. 🍒
 
❄출처 : 김소월 지음, 전문규 감수, 『진달래꽃』, 비타민북, 2023.
 

🍎 해설

*물마을 : 강물가에 있는 마을
 
가을 저녁, 쓸쓸하고 외로운 때이다. 누군가 옆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일어나는 계절이다.
 
한 폭의 가을 수채화 속에서 한 사나이가 방황하고 있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도 없건마는!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사나이는 앞으로 난 길을 가지 못한다.
 
사랑은 인내의 미학이다. 그리움은 인내다. 음악적인 소월의 시적 운률이 가을 나뭇잎처럼 잔잔히 흐른다.
 

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 보다도.
구름은 붉구나, 해 보다도.
서럽다, 높아가는 긴 들끝에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늘 깊어 오르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
키높은 나무 아래로, 물마을은
성깃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言約)도 없건마는!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나는 오히려 못물가를 싸고 떠돈다.
그 못물로는 놀이 잦을 때. 

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보다도
나는 떠돌며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도 없건마는!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나는 오히려 못물가를 싸고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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