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유하 죽도 할머니의 오징어

무명시인M 2024. 11. 21.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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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죽도 할머니의 오징어.

유하 죽도 할머니의 오징어. 명필 한석봉이 자신의 어머니 떡 쓰는 솜씨에서 깨달음을 얻었듯이.

죽도 할머니의 오징어

/유하

오징어는 낙지와 다르게

뼈가 있는 연체동물인 것을

죽도에 가서 알았다

온갖 비린 것들이 살아 펄떡이는

어스름의 해변가

한결한결 오징어 회를 치는 할머니

저토록 빠르게, 자로 잰 듯 썰 수 있을까

옛날 떡장수 어머니와

천하 명필의 부끄러움

그렇듯 어둠 속 저 할머니의 손놀림이

어찌 한갓 기술일 수 있겠는가

안락한 의자 환한 조명 아래

나의 시는 어떤가?

오징어 회를 먹으며

 

오랜만에 내가, 내게 던지는

뼈 있는 물음 한마디 🍒

 

출처 : 유하 시집, 무림일기, 문헉과지성사, 2012.

 

🍎 해설

죽도에서 할머니가 오징어회를 능숙하게 써는 모습을 보면서 기계처럼 시를 쓰는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을 표현하고 있다.

 

할머니의 회 써는 솜씨를 한석봉 어머니의 떡 써는 모습에 비유하고, 한석봉이 자기 어머니의 떡 쓰는 모습에서 깨달음을 얻었듯이 기계처럼 시를 쓰는 자신이 부끄럽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과연 나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부끄러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기 성찰을 하게 만든다.

 

어스름의 해변가

한결한결 오징어 회를 치는 할머니

저토록 빠르게, 자로 잰 듯 썰 수 있을까

 

옛날 떡장수 어머니와

천하 명필의 부끄러움

그렇듯 어둠 속 저 할머니의 손놀림이

어찌 한갓 기술일 수 있겠는가

 

안락한 의자 환한 조명 아래

나의 시는 어떤가?

오징어 회를 먹으며

 

오랜만에 내가, 내게 던지는

뼈 있는 물음 한마디

한결한결 오징어회를 치는 할머니 저토록 빠르게, 자로 잰듯 썰 수 있을까
옛날 떡장수 어머니와 천하 명필의 부끄러움
그렇듯 어둠 속 저 할머니의 손놀림이 어찌 한갓 기술일 수 있겠는가
안락한 의자 환한 조명 아래 나의 시는 어떤가?
오징어 회를 먹으며 오랜만에 내가, 내게 던지는 뼈 있는 물음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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