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 공연. 인생은 연극이고 우리 인간은 모두 배우이다.
공연
/신달자
막이 오르고 한 여자가 서 있다
무대의 빛은 여자를 비추고 한동안 침묵이 흐른다
빛을 바라보면서 여자는 드디어 입을 여는 것일까
서서히 천천히 희미하게 몸이 너울처럼 흔들렸다
모든 관객의 눈은 그 여자에게 쏠려 있다
그 여자의 생 어디쯤일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비가 되었다가 눈이 되었다가
갑자기 울부짖으며 흐느끼며 온몸이 거센 파도가 된다
침묵과 울수짖음 그리고 느린 여자의 형상뿐
막이 내렸다
다 알아들었는데 사실 대사는 한마디도 없었다. 🍒
❄출처 : 신달자 시집,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 민음사, 2023.
🍎 해설
셰익스피어는 ”인생은 연극이고 우리 인간은 모두 무대 위에 선 배우이다.
(All the world's a stage, And all the men and women merely players;)“라는 명언을 한 희곡에서 남겼다.
우리는 일인극 주연 배우이다. 각본도 쓰고, 분장도 연기도 스스로 한다. 물론 배우를 돕는 조력자들도 있다. 배우자도 있고, 가족도 있다. 친구들도 있다.
한 인간이 공연 무대에 섰다. 계절과 세월이 흐르며 비와 눈이 내리고 울고 불고하다가 공연 무대는 막을 내린다. 막이 내렸을 때 남는 것은 없다.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저마다 늘 서툴고 뒤틀리고 손에 든 것을 놓치고 넘어지고 혼자 감동하고 벌벌 떨고 변변치 못한 순간과 영원이 고여 있는 삶을 꿋꿋이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인생일지도 모른다.
막이 오르고 한 여자가 서 있다
무대의 빛은 여자를 비추고 한동안 침묵이 흐른다
빛을 바라보면서 여자는 드디어 입을 여는 것일까
서서히 천천히 희미하게 몸이 너울처럼 흔들렸다
모든 관객의 눈은 그 여자에게 쏠려 있다
그 여자의 생 어디쯤일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비가 되었다가 눈이 되었다가
갑자기 울부짖으며 흐느끼며 온몸이 거센 파도가 된다
침묵과 울수짖음 그리고 느린 여자의 형상뿐
막이 내렸다
다 알아들었는데 사실 대사는 한마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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