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신달자 공연

무명시인M 2024. 11. 23.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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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공연.

신달자 공연. 인생은 연극이고 우리 인간은 모두 배우이다.

공연

/신달자

막이 오르고 한 여자가 서 있다

무대의 빛은 여자를 비추고 한동안 침묵이 흐른다

빛을 바라보면서 여자는 드디어 입을 여는 것일까

서서히 천천히 희미하게 몸이 너울처럼 흔들렸다

모든 관객의 눈은 그 여자에게 쏠려 있다

그 여자의 생 어디쯤일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비가 되었다가 눈이 되었다가

갑자기 울부짖으며 흐느끼며 온몸이 거센 파도가 된다

침묵과 울수짖음 그리고 느린 여자의 형상뿐

막이 내렸다

다 알아들었는데 사실 대사는 한마디도 없었다. 🍒

 

출처 : 신달자 시집,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 민음사, 2023.

신달자 시집.

 

🍎 해설

셰익스피어는 인생은 연극이고 우리 인간은 모두 무대 위에 선 배우이다.

(All the world's a stage, And all the men and women merely players;)“라는 명언을 한 희곡에서 남겼다.

 

우리는 일인극 주연 배우이다. 각본도 쓰고, 분장도 연기도 스스로 한다. 물론 배우를 돕는 조력자들도 있다. 배우자도 있고, 가족도 있다. 친구들도 있다.

 

한 인간이 공연 무대에 섰다. 계절과 세월이 흐르며 비와 눈이 내리고 울고 불고하다가 공연 무대는 막을 내린다. 막이 내렸을 때 남는 것은 없다.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저마다 늘 서툴고 뒤틀리고 손에 든 것을 놓치고 넘어지고 혼자 감동하고 벌벌 떨고 변변치 못한 순간과 영원이 고여 있는 삶을 꿋꿋이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인생일지도 모른다.

 

막이 오르고 한 여자가 서 있다

무대의 빛은 여자를 비추고 한동안 침묵이 흐른다

빛을 바라보면서 여자는 드디어 입을 여는 것일까

서서히 천천히 희미하게 몸이 너울처럼 흔들렸다

모든 관객의 눈은 그 여자에게 쏠려 있다

 

그 여자의 생 어디쯤일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비가 되었다가 눈이 되었다가

갑자기 울부짖으며 흐느끼며 온몸이 거센 파도가 된다

침묵과 울수짖음 그리고 느린 여자의 형상뿐

막이 내렸다

 

다 알아들었는데 사실 대사는 한마디도 없었다.

막이 오르고 한 여자가 서 있다.
모든 관객의 눈은 그 여자에게 쏠려 있다
갑자기 울부짖으며 흐느끼며 온몸이 거센 파도가 된다
침묵과 울부짖음 그리고 느린 여자의 형상뿐 막이 내렸다
다 알아들었는데 사실 대사는 한마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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