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왕십리. 김소월 명시 중 하나.
왕십리
/김소월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랴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
❄출처 : 김소월 지음, 오하근 엮음, 『정본 김소월 전집』, 집문당, 1995.
🍎 해설
*삭망(朔望) : 음력 초하룻날과 보름날을 아울러 이르는 말.
옛날 왕십리는 서울 중심지에서 십 리쯤 떨어진 곳으로 비가 오면 질척거리기로 유명한 곳이다. 또한 왕십리는 ‘가도 가도 왕십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가고자 하지만 쉽사리 도달할 수 없는 곳이다. 목표를 잃고 떠도는 민족의 처지를 상징한다.
연일 그치지 않고 왕십리에 내리는 비로 인한 우울함, 어디를 가나 벗어날 길 없는 일제 통치하의 식민지적 현실의 아픔을 노래하고 있다.
소월 특유의 민요적 시적 운률이 아름답게 살아 있는 명시로 평가받고 있다. 왕십리란 지명이 갖고 있는 세상살이의 고달픔과 민족적 비애, 그리고 연일 내리는 비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웬걸, 저 새야
울랴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다고,’
꾸짖듯 말하는 이 구절에는 식민지 현실을 자조적으로만 한탄하지 말고 새로운 각성을 불러 일으키는 자신의 각오가 깃들어 있다.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랴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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