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2024/10 7

황청원 작은 샘

황청원 작은 샘. 자신의 마음을 닦는일.작은 샘/황청원한없이 우뚝 솟은 히말라야 산정에작은 샘 하나 있어 맑기가 거울 같단다아무리 눈 내려도 금방 녹아 물이 되고휘몰아치는 바람도 모른 척 비껴간단다고요한 수면 위로 애기눈썹달 뜨는 밤별들도 따라 내려와 함께 배경이 된단다 그런데 나는 누구의 무엇도 되지 못하고마음속 산정의 샘도 아직 만나지 못했단다 🍒 ❄출처 : 황청원 시집, 『늙어서도 빛나는 그 꽃』, 책만드는집, 2024.  🍎 해설누구나 마음을 닦고 싶어한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높은 산의 맨 위에 작은 샘이 하나 있다. 맑기가 거울 같다. 세상 풍파에도 이 작은 샘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밤에는 그 수면 위로 눈썹 모양의 달이 환하게 뜬다. 별들도 따라 와..

좋은시 2024.10.28

한강 몇 개의 이야기 6

한강 몇 개의 이야기 6. 인간의 아픔 그리고 고독과의 단도직입적인 대화.몇 개의 이야기 6/한강어디 있니. 너에게 말을 붙이려고 왔어. 내 목소리 들리니.인생 말고 마음. 마음을 걸려고 왔어.저녁이 내릴 때마다 겨울의 나무들은 희고 시린 뼈들을 꼿꼿이 펴는 것처럼 보여.알고 있니. 모든 가혹함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가혹해. 🍒 ❄출처 :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 해설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韓江 작가의 詩 우수작품이다.사는 동안 인간은 아픔과 고독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아주 약해진 마음에게 고독이 말을 붙이고 마음을 주고 마음을 걸어 준다면 오히려 그 고독이 인생의 동행자가 될 수 있다는 한강 작가의 詩心. 모든 가혹함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

좋은시 2024.10.25

한강 그때

한강 그때. 노벨문학상 수상자 韓江 작가의 시 정신.그때/한강내가 가장 처절하게 인생과 육박전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헐떡이며 클린치한 것은 허깨비였다 허깨비도 구슬땀을 흘렸다 내 눈두덩에, 뱃가죽에 푸른 멍을 들였다 그러나 이제 처음 인생의 한 소맷자락과 잠시 악수했을 때, 그 악력만으로 내 손뼈는 바스러졌다 🍒 ❄출처 :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 해설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韓江 작가의 詩 우수작품이다.산다는 것, 그것은 치열한 전투다. 투지가 중요하다. 인생의 고통과 인생의 숭고함을 동시에 은유한 시다. 인생과의 첫 악수만으로 손뼈가 부서질 정도로 무서운 인생이지만 기꺼이 손을 내밀고 싶다고 시인은 다짐한다. 시인은 고통과 슬픔에 압..

좋은시 2024.10.24

한강 회복기의 노래

한강 회복기의 노래.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짧은 시. 작가가 노래하는 삶의 용기.회복기의 노래/한강이제살아가는 일은 무엇일까 물으며 누워 있을 때얼굴에햇빛이 내렸다 빛이 지나갈 때까지눈을 감고 있었다가만히 🍒 ❄출처 :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 해설어떤 고통과 절망에 허우적거릴 때, 다시 살아갈 용기를 내기 힘들 때가 있다. 대문호 괴테는 이럴 경우, ‘용기’라는 제목의 시에서 “신선한 공기, 빛나는 태양맑은 물, 그리고친구들의 사랑이것만 있다면 낙심하지 마라.”고 노래하였다. 그렇다. 절망과 낙심에서 회복하는 길은 “얼굴에 자연스럽게 비추는 한 줄기 햇빛”의 고마움을 아는 일이다. 삶은 햇빛처럼 자연스럽고 친근하고 고맙고 또한 장엄한 일이다..

짧은 시 2024.10.23

한강 서울의 겨울 12

한강 서울의 겨울 12. 한강 작가의 문단 데뷔작품.서울의 겨울 12/한강어느 날 어느 날이 와서그 어느 날에 네가 온다면내 가슴 온통 물빛이겠네,네 사랑내 가슴에 잠겨차마 숨 못 쉬겠네내가 네 호흡이 되어주지,네 먹장 입술에벅찬 숨결이 되어주지,네가 온다면 사랑아,올 수만 있다면살 얼음 흐른 내 빰에 너 좋아하던강물 소리,들려주겠네 🍒 ❄출처 :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 해설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韓江 작가의 문단 데뷔작품이다. 한강 작가는 1992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때, 대학신문 연세춘추 주관 연세문화상에서 “편지”라는 시로 윤동주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러고 보니, 윤동주 시인도 연세대 (영문학과) 출신이다. 이 시를 수상작으로 뽑..

좋은시 2024.10.22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우수 시 작품.어느 늦은 저녁 나는/한강어느 늦은 저녁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그때 알았다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지금도 영원히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 ❄출처 :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 해설소설가 한강 韓江의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계의 쾌거이자 국가적 경사이다. 그는 국민들의 마음에 큰 기쁨을 선물하였다. 그의 시를 읽어 보니까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선입관 때문인지 뛰어난 작품이 많았다. 저녁 밥상에 앉으면 오늘 지나간 일들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때가 있다. 일이 왜 이렇게 안 풀리는 건지, 그 사람은..

좋은시 2024.10.21

한강 서시

한강 서시. 운동주의 서시와 함께 읽으면 좋은 시.서시/한강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나에게 말을 붙이고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오래 있을 거야.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잘 모르겠어.​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라고 말하게 될까.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내가 무엇을 사랑하고무엇을 후회했는지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끝없이 집착했는지매달리며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때로는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 그러니까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그 윤곽의..

좋은시 2024.10.2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