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이영광 우물

무명시인M 2024. 11. 20.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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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우물.

이영광 우물. 우물이 우리를 올려다 봤다.

우물

/이영광

우물은,

동네 사람들 얼굴을 죄다 기억하고 있다

 

우물이 있던 자리

우물이 있는 자리

 

나는 우물 밑에서 올려다보는 얼굴들을 죄다

기억하고 있다 🍒

 

출처 : 이영광 시집, 나무는 간다, 창비, 2013.

 

🍎 해설

옛날 시골 동네에는 두레박으로 식수를 푸는 공동 우물이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물을 긷기 위해 우물에 모여들었다. 우물가에서 사람들은 이웃집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교류를 했다.

 

우물은 사람들의 젖줄이었고, 마을의 눈동자였고. 마을 사람들의 역사였다.

사람들은 물을 긷다가 문득 우물물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가 우물을 내려다본 게 아니었다. 우물이 우리를 올려다봤다. 우리의 상처와 고통과 치욕, 그리고 헌신과 우정과 베품을 우물은 모두 알고 있었다.

 

우물은,

동네 사람들 얼굴을 죄다 기억하고 있다

 

우물이 있던 자리

우물이 있는 자리

 

나는 우물 밑에서 올려다보는 얼굴들을 죄다

기억하고 있다

우물은, 동네 사람들 얼굴을 죄다 기억하고 있다

우물이 있던 자리

우물이 있는 자리
나는 우물 밑에서 올려다보는 얼굴들을
죄다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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