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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640

이해인 기차를 타요

이해인 기차를 타요. 겨울 기차여행을 하고 싶다.기차를 타요/이해인우리 함께 기차를 타요 도시락 대신 사랑 하나 싸들고 나란히 앉아 창 밖을 바라보며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서 길어지는 또하나의 기차가 되어 먼길을 가요 🍒 ❄출처 : 이해인 시집,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열림원, 2015. 🍎 해설기차 여행은 문화체험이다. 기차는 도시와 시골, 산과 바다를 잇는 길을 지나간다. 기차 여행은 차창 밖으로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다양한 문화를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겨울철에도 설국열차를 연상시키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있다. 시인은 도시락 대신 사랑 하나 싸들고 나란히 앉아 창 밖을 바라보며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 가보라고 노래한다. 가슴 시린 아픔과 괴로움 속에서도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그 순간은..

좋은시 2024.01.05

나태주 새해 인사

나태주 새해 인사.청룡의 해 갑진년 2024년, 새해 인사드립니다. 새해 인사 /나태주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 예순 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를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 다시 삼백 예순 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무엇을 더 바라시겠습니까? 🍒 ❄출처 : 나태주 시집,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 북로그컴퍼니, 2019. 🍎 해설 여러분, 좋지 않은 일들은 지난 해에 다 묻어 버립시다. 새해에는 공짜로 받은 해와 달과 별. 그리고 새소리와 구름,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

좋은시 2024.01.01

나태주 화이트 크리스마스

나태주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가 화이트 크리스마스인 것은 행운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나태주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 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 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바닥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

좋은시 2023.12.24

박참새 건축 <전문 및 해설>

박참새 건축 건축/박참새"파이드로스, 글에는 그림처럼 불가사의한 힘이 있다네. 그림으로 그려 놓은 것들은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보이지. 하지만 자네가 어떠한 질문을 해도 그들은 무겁게 침묵만 지킨다네. 글도 마찬가지야. 자네는 글이 지성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생각할지 모르나, 자네가 그 내용이 알고 싶어 물어보면, 글은 매번 하나의 메시지를 반복해서 들려줄 뿐이지." ㅡ 플라톤, 「파이드로스」 너는 생각한다. 너는 집을 짓고 싶다. 너는 집을 짓는다는 일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너는 아주 기본적인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곧 결여된 것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너에게는 자본이 없다. 너에게는 땅이 없다. 너에게..

좋은시 2023.12.23

서정춘 늦꽃

서정춘 늦꽃. 늦게 피는 꽃, 늦꽃. 늦꽃 /서정춘 들국화는 오래 참고 늦꽃으로 핀다 그러나 말없이 이름 없는 가인佳人 같아 좋다 아주 조그맣고 예쁘다 예쁘다를 위하여 늦가을 햇볕이 아직 따뜻했음 좋겠는데 이 꽃이 바람의 무게를 달고 흘린 듯 사방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 꽃이 가장 오래된 늦꽃이고 꽃이지만 중생 같다 🍒 ❄출처 : 서정춘 시집, 『죽편 竹篇』, 황금알, 2016. 🍎 해설 *가인佳人: 아름다운 사람. 애정을 느끼게 하는 사람. 들국화는 늦게까지 참고 있다가 다른 꽃들이 지고 나면 그때서야 피기 시작한다. 이름없는 가을꽃이고 겨울꽃도 된다. 그야말로 늦꽃이다. 어려운 사람이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그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한다. 이런 사람은 늦꽃이다. 괴테는 일찍이 “눈물과 함께 빵을 먹어 본 ..

좋은시 2023.12.21

조병화 호수

조병화 호수. 우리 사회에도 여러 호수 물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 호수 /조병화 물이 모여서 이야길 한다 물이 모여서 장을 본다 물이 모여서 길을 묻는다 물이 모여서 떠날 차빌 한다 당일로 떠나는 물이 있다 며칠을 묵는 물이 있다 달폴 두고 빙빙 도는 물이 있다 한여름 길을 찾는 물이 있다 달이 지나고 별이 솟고 풀벌레 찌, 찌, 밤을 새우는 물이 있다 뜬눈으로 주야 도는 물이 있다 구름을 안는 물이 있다 바람을 따라가는 물이 있다 물결에 처지는 물이 있다 수초밭에 혼자 있는 물이 있다. 뜬눈으로 주야 도는 물이 있다 구름을 안는 물이 있다 바람을 따라가는 물이 있다 물결에 처지는 물이 있다 수초밭에 혼자 있는 물이 있다. 🍒 ❄출처 : 조병화 시집, 『먼지와 바람 사이』, 동화출판공사, 197..

좋은시 2023.12.19

나태주 첫눈

나태주 첫눈. 그리움이라는 갈증이 눈이 되어 내리고 있다. 첫눈 /나태주 요즘 며칠 너 보지 못해 목이 말랐다 어젯밤에도 깜깜한 밤 보고 싶은 마음에 더욱 깜깜한 마음이었다 몇 날 며칠 보고 싶어 목이 말랐던 마음 깜깜한 마음이 눈이 되어 내렸다 네 하얀 마음이 나를 감싸 안았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혜, 2020. 🍎 해설 첫눈, 첫사랑, 첫키스는 감미롭습니다. 여러분은 누구를 만나지 못해 갈증을 느끼고 목이 마르는 경험을 하신 적이 있습니까? 그런 그리움의 마음이 눈이 되어 내리고 있습니다. 저 흰 눈이 만나고 싶은 벗들과 여러분의 마음을 감싸 안는 하얀 마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 해가 저물기 전 눈 내리는 날, 보고 싶은 분들과 차 한잔 나누시기를 바랍니다...

좋은시 2023.12.16

김혜순 별을 굽다

김혜순 별을 굽다. 우리가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만나는 사람들은...별을 굽다/김혜순사당역 4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려고 에스컬레이터에 실려 올라가서 뒤돌아보다 마주친 저 수많은 얼굴들 모두 붉은 흙 가면 같다 얼마나 많은 불가마들이 저 얼굴들을 구워냈을까 무표정한 저 얼굴 속 어디에 아침마다 번쩍 뜨게 하는 힘 숨어 있었을까 밖에서는 기척도 들리지 않을 이 깊은 땅속을 밀물져 가게 하는 힘 숨어 있었을까 하늘 한구석 별자리마다 쪼그리고 앉아 별들을 가마에서 구워내는 분 계시겠지만 그분이 점지하는 운명의 별빛 지상에 내리겠지만 물이 쏟아진 듯 몰려가는 땅속은 너무나 깊어 그 별빛 여기까지 닿기나 할는지 수많은 저 사람들 몸속마다에는 밖에선 볼 수 없는 뜨거움이 일렁거리나 보다 저마다 진흙으로 돌아가려는 ..

좋은시 2023.12.10

정용철 행복한 12월

정용철 행복한 12월. 12월을 긍적인인 모드로...행복한 12월/정용철 나는 12월입니다. 열한달 뒤에서 머무르다가 앞으로 나오니 친구들은 다 떠나고 나만 홀로 남았네요. 돌아설 수도, 더 갈 곳도 없는 끝자락에서 나는 지금 많이 외롭고 쓸쓸합니다. 하지만 나를 위해 울지 마세요. 나는 지금 나의 외로움으로 희망을 만들고 나의 슬픔으로 기쁨을 만들며 나의 아픔으로 사랑과 평화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이제부터 나를 "행복한 12월"이라 불러 주세요. 🍒 ❄출처 : 정용철, 『불량품』, 좋은생각, 2011. 🍎 해설12월이 되면 사람들은 대부분 아쉽다, 세월이 무상하다, 외롭고 쓸쓸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행복한 12월이라고 주장하는 시인이 있다. 새로운 시작인 1월을 맞이하면서 희망과 기쁨을 만들 수 있기 ..

좋은시 2023.12.06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에는 두 가지 시련이 따른다. 전쟁과 평화다.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도종환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하리라 마음 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맹세들을 떠올렸다 그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다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 ❄출처 : 도종환 시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알에이치코리아(RHK), 2014. 🍎 해설사랑은 평화보다는 투쟁의 감정..

좋은시 202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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