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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명 장날. 일제 치하 산골 마을의 토속적인 삶의 모습.
장날
/노천명
대추 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
이십 리를 걸어 열하룻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
막내딸 이쁜이는 대추를 안 준다고 울었다
송편 같은 반달이 싸릿문 위에 돋고
건너편 성황당 사시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저녁
나귀 방울에 지껄이는 소리가 고개를 넘어 가차워지면
이쁜이보다 삽살개가 먼저 마중을 나갔다 🍒
❄출처 : 노천명 시집, 『산호림』, 한성도서주식회사, 1938.
🍎 해설
일제 치하의 어느 산골 마을이다. 추석을 쇠기 위해서는 대추나 밤을 팔아서 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이른 새벽 이십 리를 걸어 열하룻장을 보러 간다. 제사상을 차리려면 대추 밤을 따서 장날 내다 팔아야 했다. ‘돈사야’는 그래야 돈이 된다는 이야기다. 먹고 싶은 대추를 부모가 주지 않아서 우는 어린 딸의 모습은 가슴에 와 닿는다.
부모님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막내딸과 인기척 소리에 달려나가는 삽살개의 정겨운 모습을 통해, 가난하지만 순박하고 따뜻하게 살아가는 산골 마을의 토속적인 삶의 모습이 아름답게 형상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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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
이십 리를 걸어 열하룻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
막내딸 이쁜이는 대추를 안 준다고 울었다
송편 같은 반달이 싸릿문 위에 돋고
건너편 성황당 사시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저녁
나귀 방울에 지껄이는 소리가 고개를 넘어 가차워지면
이쁜이보다 삽살개가 먼저 마중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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