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박목월 모일

무명시인M 2024. 6. 23.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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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 모일.

박목월 모일.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모일(某日)

/박목월

시인이라는 말은

내 성명 위에 늘 붙는 관사(冠詞).

이 낡은 모자를 쓰고

나는

비오는 거리로 헤매였다.

이것은 전신을 가리기에는

너무나 어줍잖은 것

또한 나만 쳐다보는

어린 것들을 덮기에도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것.

허나, 인간이

평생 마른옷만 입을가부냐.

다만 모발이 젖지 않는

그것만으로

나는 고맙고 눈물겹다. 🍒

 

출처 : 박목월, 박목월 시전집, 민음사, 2003.

 

🍎 해설

* 모일(某日): 어느 날 * 관사(冠詞): 명사 앞에 붙어서 그 명사를 설명해 주는 수식어.

시인은 어느 날 문득, 시인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본다. 시인이라는 명칭을 달고 있으나 시인은 스스로 좀 부족하다고 말한다. 자신을 다 표현하기에도 부족하고, 식구들 먹여 살리기에도 부족하다.

 

그러나 시인은 가난하고 초라하지만 자신이 지켜 온 시인의 삶이 고맙고 눈물겹다고 고백한다.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대시인의 겸허한 삶의 자세 앞에 머리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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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라는 말은

내 성명 위에 늘 붙는 관사(冠詞).

이 낡은 모자를 쓰고

나는

비오는 거리로 헤매였다.

 

허나, 인간이

평생 마른옷만 입을가부냐.

다만 모발이 젖지 않는

그것만으로

나는 고맙고 눈물겹다.

시인이라는 말은 내 성명 위에 늘 붙는 관사.
이 날은 모자를 쓰고 나ㅡㄴ 비오는 거리로 헤매였다.
허나, 인간이 평생 마른옷만 입을가부냐.
다만 모발이 젖지 않는 그것만으로 나는 고맙고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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