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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 31

박노해 좋은 시 겨울 사랑

박노해 좋은 시 겨울 사랑. 겨울은 고마운 계절이다. 진짜 사랑은 겨울에 한다. 겨울 사랑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듯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 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듯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 ❄출처 :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느린걸음, 2010. 🍎 해설 누구나 대부분 겨울은 싫어한다. 춥기 때..

좋은시 2022.01.21

문정희 좋은 시 "응"

문정희 좋은 시 "응".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머금어지는 시다. “응” /문정희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 ❄출처 : 문정희 시집, 『나는 문이다』, 민음사, 2016. 🍎 해설 인기있는 시다. 독특한 시다. 이 시를 읽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밝아진다. 미소가 머금어진다. 에로틱해서 그런 건 아니다. 뭔가 매혹적인 데가 있다. ‘응’(yes)은 한국어 가운데 가장 다정다감한 말 중의 하나다. 한국 여자들은 ‘..

좋은시 2022.01.20

박철 좋은 시 연

박철 좋은 시 연. 우리는 누구나 인연의 끈으로 묶여 있다. 연 /박철 끈이 있으니 연이다 묶여 있으므로 훨훨 날 수 있으며 줄도 손길도 없으면 한낱 종잇장에 불과하리 눈물이 있으니 사랑이다 사랑하니까 아픈 것이며 내가 있으니 네가 있는 것이다 날아라 훨훨 외로운 들길, 너는 이 길로 나는 저 길로 멀리 날아 그리움에 지쳐 다시 한번 돌아올 때까지 🍒 ❄출처 : 박철 시집,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 지식을만드는지식, 2013. 🍎 해설 우리는 누구나 인연으로 묶여 있다. 그 인연의 끈은 구속은 아니다. 구속과 해방이다. 인연의 끈에서 잠시 해방되어 연처럼 공중을 날며 저마다 날아갈 곳이 있다. 눈물 안에서 우리들 사랑은 더 깊어진다. ​"눈물이 있으니 사랑이고/ 사랑하니까 아픈 것"이다. 결국 너와 내..

좋은시 2022.01.19

나태주 좋은 시 초라한 고백

나태주 좋은 시 초라한 고백. 짝사랑에 그칠지라도 사랑의 고백을 해보고 싶다. 초라한 고백 /나태주 내가 가진 것을 주었을 때 사람들은 좋아한다 여러 개 가운데 하나를 주었을 때보다 하나 가운데 하나를 주었을 때 더욱 좋아한다 오늘 내가 너에게 주는 마음은 그 하나 가운데 오직 하나 부디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리지는 말아다오 🍒 ❄출처 :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혜, 2015. 🍎 해설 짝사랑 시인가? 초라한 고백이라는 제목이 좀 슬프다. 오직 하나 뿐인 마음을 주면서도 초라하다고 말하는 것이 짝사랑인 것같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시는 짝사랑에 그칠지라도 풋풋한 고백을 해보고 싶게 해준다. 심지어 상대방이 내 고백을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릴지라도 아름다운 연애를 해 보고 싶다. 오늘 내..

좋은시 2022.01.18

신경림 좋은 시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좋은 시 가난한 사랑 노래. 가난 때문에 사랑을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 시를 읽고 운다.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

좋은시 2022.01.17

서덕준 짧은 시 소낙비

서덕준 짧은 시 소낙비. 쉽고 간결하고 독특한 사랑시다. 소낙비 /서덕준 그 사람은 그저 잠시 스치는 소낙비라고 당신이 그랬지요 허나 이유를 말해주세요 빠르게 지나가는 저 비구름을 나는 왜 흠뻑 젖어가며 쫒고 있는지를요 🍒 ​❄출처 : SNS/ 서덕준 시인 Instagram 🍎 해설 SNS 시인이라고 불리우는 서덕준 시인은 한 때 유명했던 원태연 시인과 같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쉽고 간결한 사랑시가 많다. 팔로워가 꽤 많다. 이 시가 사랑에 관한 언어의 유희에 그쳤다면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시에는 사랑에 관한 그 어떤 시적 고뇌가 숨어 있다. 시인으로서의 자기 영역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런지, 앞으로의 작품 활동을 주목해 봐야할 것이다. 그 사람은 그저 잠시 스치는 소낙비라고 당신..

짧은 시 2022.01.16

박용래 짧은 시 저녁눈

박용래 짧은 시 저녁눈. 눈이 오지 않을 때 읽으면 마음에 눈이 오는 듯하다. 저녁눈 /박용래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 *말집: 추녀를 사방으로 삥 둘러 지은 모말 모양의 집. ❄출처 : 문태준 편저,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2』, 민음사, 2008. 🍎 해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붐비다’라는 구절이 약간씩 변화되면서 총 네 번 반복된다. 이 반복과 약간의 변화를 음미하면 어른들도 눈이 오기를 기다리게 된다. 눈이 오지 않을 때 읽으면 마음에 눈이 오는 듯하다. 눈이 올 때 읽으면 눈의 아름다움을 이모저모로..

짧은 시 2022.01.15

함민복 좋은 시 긍정적인 밥

힘민복 좋은 시 긍정적인 밥. 깊이가 있고 아름다운 시다.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 ❄출처 : 함민복,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비, 2006. 🍎 해설 함민복 시인은 마흔 중반이 넘도록 강화도 남쪽 외딴 마을에서 월세 10만 원짜리 폐가를 얻어 혼자 살고 있었다. 시를 쓰고선 빨랫줄에 걸어..

좋은시 2022.01.14

김남조 좋은 시 겨울바다

김남조 좋은 시 겨울바다.이 시는 겨울에 우리의 마음을 조용히 힐링해 주는 시로 유명하다. 겨울 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 ❄출처 : 김남조, 『겨울바다』, 상아출판사, 1967 🍎 해설 이 시는 겨울에 우리의 마음을 힐링해 주는 시로 유명하다. 이 시에서는 우선 사랑..

좋은시 2022.01.13

함민복 짧은 시 반성

함민복 짧은 시 반성.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미리 반성부터 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다. 반성 /함민복 늘 강아지 만지고 손을 씻었다 내일부터는 손을 씻고 강아지를 만져야지 🍒 ❄출처 : 함민복, 『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 문학동네. 2019. 🍎 해설 ​사람들은 누구나 결과를 보고 나서 비로소 반성을 한다. 어떤 일을 시도하기 전에 미리 반성부터 하는 건 아주 드문 일이고 아름다운 일이다. 강아지를 대하는 마음이 이러한데 사람을 대하는 마음은 얼마나 진지할까. 여러가지를 생각나게 하는 시다. 🌹 이안 시인의 해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 1학년 120여명을 두 시간 동안 만나는 자리였다. 쉬는 시간에 여자아이 한 명이 다가와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선생님 이야기 들으며 좋았어요...

짧은 시 202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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