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짧은 시 거미. 인생을 살다 보면 때때로 절망을 만나게 된다. 거미 /김수영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 ❄출처 : 김수영 시집, 『거대한 뿌리』, 민음사, 1995. 🍎 해설 이 시는 참 마음을 아프게 하는 시다. 시인은 좌절과 희망을 반복한다. 시인이 싫어한 건 절망할 줄 알면서도 자꾸 희망을 갖게 되고 그런 후 다시 절망을 맞게 되는 그 악순환이다. 수없이 절망을 겪으면서도 꺾이지 않는 그 놈의 희망이 싫었다. 그 놈의 설움의 풍경이 싫었다. 그래서 그는 대부분 1년생인 거미가 곧 겨울을 맞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