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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 31

김소월 명시 먼 후일

김소월 명시 먼 후일. 국민애송시 가운데 하나다. 먼 후일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 ❄출처 : 김소월 시인이 1920년 오산중학교에 다닐 때 에 처음 발표한 시. 🍎 해설 국민 애송시 가운데 하나다. 김소월 시인이 자신의 대표작으로 생각했다는 설도 있다. 민요풍을 바탕으로 이별의 슬픔과 임에 대한 사랑을 형상화하였다. 반어법을 사용하여 이별의 슬픔과 임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였다.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다는 것은 당신을 잊지 못한다는 뜻이다. 내 사랑을 잃지 않게 해 달라는 간절한 시적 메시..

나태주 좋은 시 부부

나태주 좋은 시 부부. 부부에 관한 시는 많다. 나태주 시인의 작품은 간결하면서도 가슴에 와 닿는 감동을 준다. 부부 1 / 나태주 부부간 금슬이 좋지 않았다 오래 앙숙이었다 그런데 정작 부인이 세상을 뜨자 그는 쉽게 일어서지를 못했다 겨우 몸을 추스렸을 때 그는 사람들의 세상 속으로 가지 않고 채소밭으로 나가 채소들을 들여다보며 살았다 생전 부인이 기르던 채소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푸른길, 2017. 부부 2 / 나태주 오래고도 가늘은 외길이었다 어렵게, 어렵게 만나 자주 다투고 울고 화해하고 더러는 웃기도 하다가 어렵게 늙어 버렸다 고맙습니다. ❄출처 : 나태주 시집,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푸른길, 201..

좋은시 2022.01.30

전봉건 좋은 시 사랑

전봉건 좋은 시 사랑. 사랑의 정의는 무수히 많다. 무엇이 정답일까? 사랑 /전봉건 사랑한다는 것은 열매가 맺지 않는 과목은 뿌리째 뽑고 그 뿌리를 썩힌 흙 속의 해충은 모조리 잡고 그리고 새 묘목을 심기 위해서 깊이 파헤쳐 내 두손의 땀을 섞은 흙 그 흙을 깨끗하게 실하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아무리 모진 비바람이 삼킨 어둠이어도 바위 속보다도 어두운 밤이어도 그 어둠 그 밤을 새워서 지키는 일이다. 훤한 새벽 햇살이 퍼질 때까지 그 햇살을 뚫고 마침내 새 과목이 샘물 같은 그런 빛 뿌리면서 솟을 때까지 지키는 일이다. 지켜보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 ❄출처 : 전봉건, 『전봉건 시전집』, 문학동네, 2008. 🍎 해설 사랑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감정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런 게 아니라 파수병처..

좋은시 2022.01.29

손택수 좋은 시 흰둥이 생각

손택수 좋은 시 흰둥이 생각. 우리는 삶에 몰두한 나머지 주변의 고마운 풍경을 으례히 놓친다. 흰둥이다. 흰둥이 생각 /손택수 손을 내밀면 연하고 보드라운 혀로 손등이며 볼을 쓰윽, 쓱 핥아주며 간지럼을 태우던 흰둥이. 보신탕감으로 내다 팔아야겠다고, 어머니가 앓아누우신 아버지의 약봉지를 세던 밤. 나는 아무도 몰래 대문을 열고 나가 흰둥이 목에 걸린 쇠줄을 풀어주고 말았다. 어서 도망가라, 멀리멀리, 자꾸 뒤돌아보는 녀석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며 아버지의 약값 때문에 밤새 가슴이 무거웠다. 다음날 아침 멀리 달아났으리라 믿었던 흰둥이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와서 그날따라 푸짐하게 나온 밥그릇을 바닥까지 달디달게 핥고 있는 걸 보았을 때, 어린 나는 그예 꾹 참고 있던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는데 흰..

좋은시 2022.01.28

김수영 짧은 시 거미

김수영 짧은 시 거미. 인생을 살다 보면 때때로 절망을 만나게 된다. 거미 /김수영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 ❄출처 : 김수영 시집, 『거대한 뿌리』, 민음사, 1995. 🍎 해설 이 시는 참 마음을 아프게 하는 시다. 시인은 좌절과 희망을 반복한다. 시인이 싫어한 건 절망할 줄 알면서도 자꾸 희망을 갖게 되고 그런 후 다시 절망을 맞게 되는 그 악순환이다. 수없이 절망을 겪으면서도 꺾이지 않는 그 놈의 희망이 싫었다. 그 놈의 설움의 풍경이 싫었다. 그래서 그는 대부분 1년생인 거미가 곧 겨울을 맞이하..

짧은 시 2022.01.27

이시영 짧은 시 서시

이시영 짧은 시 서시. 전화도 자주 못드리는 내 어머니! 서시 /이시영 어서 오라 그리운 얼굴 산 넘고 물 건너 발 디디러 간 사람아 댓잎만 살랑여도 너 기다리는 얼굴들 봉창 열고 슬픈 눈동자를 태우는데 이 밤이 새기 전에 땅을 울리며 오라 어서 어머님의 긴 이야기를 듣자 🍒 ❄출처 : 이시영 시집, 『만월』, 창비, 2008. 🍎 해설 이 시는 흔히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민중시로 애송되어 왔다. 민주화운동 때, 실종되고 도피중인 동지가 돌아오기를 갈망하는 시다. 자유와 민주주의와 인권과 평등과 평화가 어서 빨리 돌아오기를 열망하고 있는 시다. 그러나 지금 이 시는 평상 시에도 우리 마음에 와 닿는 아름다운 서정시다. 우리는 때때로 고향에 가고 싶다. 고향에 있는 어머니를 보고 싶다. 고향에 그리고 어머..

짧은 시 2022.01.26

김선우 좋은 시 낙화, 첫사랑

김선우 좋은 시 낙화, 첫사랑. 첫사랑 실패의 아픔과 사랑의 완성을 노래한다. 낙화, 첫사랑 /김선우 1 그대가 아찔한 절벽 끝에서 바람의 얼굴로 서성인다면 그대를 부르지 않겠습니다 옷깃 부둥키며 수선스럽지 않겠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연유가 있겠거니 내 사랑의 몫으로 그대의 뒷모습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손 내밀지 않고 그대를 다 가지겠습니다 2 아주 조금만 먼저 바닥에 닿겠습니다 가장 낮게 엎드린 처마*를 끌고 추락하는 그대의 속도를 앞지르겠습니다 내 생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생을 사랑할 수 없음을 늦게 알았습니다 그대보다 먼저 바닥에 닿아 강보에 아기를 받듯 온몸으로 나를 받겠습니다 🍒 ❄출처 : 김선우 시집,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문학과지성사, 2007. 🍎 해설 아름다운 시..

좋은시 2022.01.25

나태주 좋은 시 귀가 예쁜 여자

나태주 좋은 시 귀가 예쁜 여자. 맞선을 봤다. 예쁜 구석은 없었다. 다만 새하얀 귀가 예뻤다. 귀가 예쁜 여자 /나태주 맞선을 본 처녀는 별로였다 살결이 곱고 얼굴이 둥글고 눈빛이 순했지만 특별히 이쁜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두 번째 만나던 날 시골 다방에서 차 한 잔 마시고 갈 곳도 마땅치 않아 가까운 산 소나무 그늘에 앉아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산길을 내릴 때 앞서가는 처녀의 뒷모습 조그맣고 새하얀 귀가 예뻤다 아, 귀가 예쁜 여자였구나 저 귀나 바라보며 살아가면 어떨까? 그렇게 살아, 나는 이제 늙은 남자가 되었고 아내 또한 늙은 아낙이 되었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어리신 어머니』, 서정시학, 2020. 🍎 해설 맞선을 본 여자는 예쁜 구석이라고는 별로 없는 처녀였다. ‘처녀의 뒷모습/조그맣..

좋은시 2022.01.24

오세영 좋은 시 원시

오세영 좋은 시 원시. 이별을 서러워 하지 마라. 원시(遠視) /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 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 ❄출처 : 오세영 시집,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시와시학사, 1992. 🍎 해설 이별을 생각하는 시인의 눈에 '무지개'며 '별'이며 '꽃'들이 가물가물 흔들린다. 시인에겐 조금 멀어지는 일이 이별이다. 그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좋은시 2022.01.23

최대호 짧은 시 거짓말

최대호 짧은 시 거짓말. 쉽고 간결하고 독특한 사랑시다. 거짓말 /최대호 오빠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거짓말하는 사람이라고 했지. 근데 넌 왜 만날 때마다 거짓말하냐? 니가 어제 나한테 오늘 대충하고 나온다고 했지? 근데 왜 이렇게 예뻐. 🍒 ​❄출처 : SNS/ 최대호 시인 Instagram(decoi_) 🍎 해설 SNS 시인이라고 불리우는 최대호 시인은 한 때 유명했던 원태연 시인과 같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쉽고 간결한 사랑시가 많다. 팔로워가 꽤 많다.(약 14만명) 이 시가 사랑에 관한 재치문답이나 언어의 유희에 그쳤다면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시에는 사랑에 관한 그 어떤 시적 고뇌가 숨어 있다. 시인으로서의 자기 영역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런지, 앞으로의 작품 활동을 주목해..

짧은 시 2022.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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