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전봉건 좋은 시 사랑

무명시인M 2022. 1. 2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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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건 좋은 시 사랑. Source: www.pexels.com

전봉건 좋은 시 사랑. 사랑의 정의는 무수히 많다. 무엇이 정답일까?

사랑

/전봉건

사랑한다는 것은

 

열매가 맺지 않는 과목은 뿌리째 뽑고

그 뿌리를 썩힌 흙 속의 해충은 모조리 잡고

그리고 새 묘목을 심기 위해서

깊이 파헤쳐 내 두손의 땀을 섞은 흙

그 흙을 깨끗하게 실하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아무리 모진 비바람이 삼킨 어둠이어도

바위 속보다도 어두운 밤이어도

그 어둠 그 밤을 새워서 지키는 일이다.

훤한 새벽 햇살이 퍼질 때까지

그 햇살을 뚫고 마침내 새 과목이

샘물 같은 그런 빛 뿌리면서 솟을 때까지

지키는 일이다. 지켜보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

 

출처 : 전봉건, 전봉건 시전집, 문학동네, 2008.

 

🍎 해설

사랑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감정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런 게 아니라 파수병처럼 숙직당번처럼 밤을 새워서 온갖 정성과 보살핌으로 태어나는 것이라고 노래한다.

 

수많은 도전에 맞서 인류가 공동체를 지키며 번영을 이룰 수 있었던 건 사랑이라는 인간 고유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모두 지쳐 있다. 고단한 현실이지만 사랑의 위대함을 한번 믿어 보자. 사랑의 숭고한 가치와 정신을 실현하자. 그런 뜻에서 이 시는 지금 시의적절하다.

 

🌹 고은 시인의 해설

사랑을 이다지도 착실한 근무와도 같은 자아의 확증으로 삼고 있는 그 억제된 감정이 썩 좋기도 하다.

 

밤새도록 숙직자가 되고 그 어둠 속에서 나오는 새 광명의 증인이 되는 일을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 6.25 임시수도 부산 광복동의 한 다방에서 자살한 시인 전봉래 (全鳳來) 의 아우가 전봉건 (全鳳健.1928~1988) 이다.

 

그도 이제 없다.

 

그 작은 눈, 작은 입술이 그립다.

- 고은 시인, 언론 기고문(1998)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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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는 일이다,

지켜보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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