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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좋은 시 귀가 예쁜 여자

무명시인M 2022. 1. 24.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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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좋은 시 귀가 예쁜 여자. Source: www. pexels. com

나태주 좋은 시 귀가 예쁜 여자. 맞선을 봤다. 예쁜 구석은 없었다. 다만 새하얀 귀가 예뻤다.

귀가 예쁜 여자

/나태주

맞선을 본 처녀는 별로였다

살결이 곱고 얼굴이 둥글고

눈빛이 순했지만

특별히 이쁜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두 번째 만나던 날

시골 다방에서 차 한 잔 마시고

갈 곳도 마땅치 않아

가까운 산 소나무 그늘에 앉아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산길을 내릴 때

앞서가는 처녀의 뒷모습

조그맣고 새하얀 귀가 예뻤다

 

아, 귀가 예쁜 여자였구나

저 귀나 바라보며 살아가면 어떨까?

 

그렇게 살아, 나는 이제

늙은 남자가 되었고

아내 또한 늙은 아낙이 되었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어리신 어머니, 서정시학, 2020.

 

🍎 해설

맞선을 본 여자는 예쁜 구석이라고는 별로 없는 처녀였다. ‘처녀의 뒷모습/조그맣고 새하얀 귀가 예뻤다고 표현한 부분이 바로 이 시의 방아쇠다.

 

남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내 편이 되었고 세월이 흘러 둘은 이제 늙은 남자, 늙은 아낙이 되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예쁜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내는 남편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남편은 아내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은 귀가 예뻐야 한다.

 

🌹 박미산 시인의 해설

시인은 맞선을 봤습니다. 예쁜 구석이 없는 처녀라 만날까 말까 하다가 두 번째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가까운 산 소나무 그늘에서 한참을 이야기했습니다. 시인이 주로 말하고 그 처녀는 경청했을 겁니다.

 

경청은 상대방 이야기 속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예쁜 귀를 열고 시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었을 것이고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맞장구도 쳐주고 가끔 대답도 해주었을 겁니다.

 

예로부터 말을 줄이고 겸허한 마음으로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라고 했습니다.

 

모든 재앙은 말하는 데서 나옵니다. 시인은 말하는 것보다 예쁜 귀로 경청하는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여 해로하고 있습니다.

 

근거 없고 쓸데없는 말이 난무하는 시대입니다.

 

지금 우리는 남의 말을 골라 경청하는 세이공청(洗耳恭聽) 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예쁜 귀를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 박미선 시인, 언론 기고문(2020)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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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선을 본 처녀는 별로였다

가까운 산 소나무 그늘에 앉아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산길을 내릴 때

앞서가는 처녀의 뒷모습

조그맣고 새하얀 귀가 예뻤다

 

아, 귀가 예쁜 여자였구나

저 귀나 바라보며 살아가면 어떨까?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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