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좋은 시 겨울 사랑. 겨울은 고마운 계절이다. 진짜 사랑은 겨울에 한다.
겨울 사랑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듯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 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듯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
❄출처 :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느린걸음, 2010.
🍎 해설
누구나 대부분 겨울은 싫어한다. 춥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에 의하면 겨울은 고마운 계절이다. 겨울이 있기에 추운 떨림의 인고의 시간을 거쳐 꽃이 피어난다. 나는 언 눈을 뜨고 그대의 사랑을 기다릴 수 있다.
눈보라 치는 겨울밤 덕분에 나는 추워 떠는 자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내 온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를 켜 나올 수 있다.
진짜 사랑은 겨울에 한다. 추운 겨울에 한다. 겨울아 고맙다.
시련(겨울)을 통해 좀 더 성숙해지라는 시적 메시지는 아름다운 서정성 덕분에 사변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가슴에 와 닿는다.
🌹 박노해 시인의 한 마디
삶은 기적이다. 인간은 신비이다. 희망은 불멸이다. 그대, 희미한 불빛만 살아 있다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출옥 후 12년만의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2010, 작가 한 마디에서.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듯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 밤이 없다면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듯한 방을 고마워하겠느냐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태주 좋은 시 귀가 예쁜 여자 (0) | 2022.01.24 |
---|---|
오세영 좋은 시 원시 (0) | 2022.01.23 |
문정희 좋은 시 "응" (0) | 2022.01.20 |
박철 좋은 시 연 (0) | 2022.01.19 |
나태주 좋은 시 초라한 고백 (0) | 2022.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