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 좋은 시 새아침에. 설날이다. 새아침에 시인과 함께 새 결심을 해 보자.
새아침에
/조지훈
모든 것이 뒤바뀌어 질서를 잃을지라도
성진(星辰)의 운행만은 변하지 않는 법도를 지니나니
또 삼백예순날이 다 가고 사람 사는 땅 위에
새해 새아침이 열려오누나
처음도 없고 끝도 없는
이 영겁의 둘레를
뉘라서 짐짓 한 토막 짤라
새해 첫날이라 이름 지었던가
뜻 두고 이루지 못하는 한(恨)은
태초이래로 있었나보다
다시 한 번 의욕을 불태워
스스로를 채찍질하라고
그 불퇴전(不退轉)의 결의를 위하여
새아침은 오는가
낡은 것과 새것을 의(義)와 불의(不義)를
삶과 죽음을 ㅡ
그것만을 생각하다가 또 삼백예순날은 가리라
굽이치는 산맥 위에 보랏빛 하늘이 열리듯이
출렁이는 파도 위에
이글이글 태양이 솟듯이
그렇게 열리라 또 그렇게 솟으라
꿈이여! 🍒
❄출처 : 조지훈 시집, 『조지훈 전집』, 나남, 2007.
🍎 해설
오늘은 설날이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가 음력으로 힘차게 밝아 왔다. (壬이 흑색, 寅이 호랑이로 검은 호랑이)
조지훈 시인의 새해 시는 우주론적이고 역사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어 그 느낌이 묵직하다. 다른 시인의 설날 시와는 분명히 차별화된다.
올해 2022년에는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이 시처럼 낡은 것과 불의는 가고 보람찬 한 해가 오기를 기원한다.
오늘 시인처럼 새 해를 맞는 불퇴전의 결심을 해 보자.
🌹 조지훈 시인에 대한 촌평
지훈(芝薰) 조동탁(趙東卓, 1920~1968)은 소월과 영랑에서 비롯하여 서정주와 유치환을 거쳐 청록파에 이르는 한국 현대시의 주류를 완성함으로써 20세기의 전반기와 후반기를 연결해 준 큰 시인이다.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지훈이 차지하는 위치는 어느 누구도 훼손하지 못할 만큼 확고부동하다.
- 조지훈 전집 나남출판사 서문(2007년)에서 부분 발췌.
낡은 것과 새것을 의(義)와 불의(不義)를
삶과 죽음을 ㅡ
그것만을 생각하다가 또 삼백예순날은 가리라
출렁이는 파도 위에
이글이글 태양이 솟듯이
그렇게 열리라 또 그렇게 솟으라
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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