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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 28

신경림 좋은 시 산에 대하여

신경림 좋은 시 산에 대하여. 낮은 곳에서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시인은 애정과 격려를 보낸다. 산을 통해서. 산에 대하여 /신경림 산이라고 해서 다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다 험하고 가파른 것은 아니다. 어떤 산은 크고 높은 산 아래 시시덕거리고 웃으며 나지막히 엎드려 있고, 또 어떤 산은 험하고 가파른 산자락에서 슬그머니 빠져 동네까지 내려와 부러운 듯 사람 사는 꼴을 구경하고 섰다. 그리고 높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순하디 순한 길이 되어 주기도 하고 남의 눈을 꺼리는 젊은 쌍에게 짐짓 따뜻한 숨을 자리가 돼 주기도 한다. 그래서 낮은 산은 내 이웃이던 간난이네 안방 왕골자리처럼 때에 절고 그 누더기 이불처럼 지린내가 배지만 눈개비나무 찰피나무며 모싯대 개쑥에 덮여 곤줄박이 개개비 휘파람새 노랫..

좋은시 2022.02.28

워즈워드 명시 무지개

워즈워드 명시 무지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유명한 세계적 명시다. 무지개 /워즈워드 하늘의 무지개 바라보면 내 마음 뛰노라. 나 어려서도 그러했고 어른 된 지금도 그러하고 나 늙어서도 여전히 그러할 것이네. 만약 그러하지 아니하다면 신이시여 지금이라도 나의 목숨 거둬 가소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나의 생애 하루하루 타고난 그대로 경건한 마음 이어지기를 빌고 바라네. 🍒 ❄출처 : 원문은 1807년, 영국에서 출판된 윌리엄 워즈워드의 《2권의 시집 Poems in Two Volumes》에 수록되어 있다. 🍎 해설 낭만주의의 기수 영국의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1770~1850) 시인의 명시다. 이 시는 아직도 세계인들의 애송시다. 세계 각국의 초중고 교과서가 이 시를 ..

세계 명시 2022.02.27

김종해 짧은 시 눈

김종해 짧은 시 눈.내리는 눈은 흰가, 아름다운가, 가벼운가? 눈 /김종해 눈은 가볍다 서로가 서로를 업고 있기 때문에 내리는 눈은 포근하다 서로의 잔등에 볼을 부비는 눈 내리는 날은 즐겁다 눈이 내릴 동안 나도 누군가를 업고 싶다. 🍒 ❄출처 : 김종해 시집, 『풀』, 문학세계사, 2013. 🍎 해설 눈이 희다, 아름답다는 표현은 많이 들었지만 눈이 가볍다는 표현은 처음 듣는다. 서로가 서로를 업고 있기 때문에 눈은 가볍다고 시인은 노래한다. 그래서 눈은 포근해 보이는 것인가? ‘서로가 서로를 업고’ 있는 세상사의 이치를 깨닫지 않고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나도 누군가를 업고싶다’는 따뜻하고 넉넉한 바람이 가슴에 와 닿는다. 난해하고 복잡한 언어의 장식은 아예없다. 표현이 곱고 부드러우면서도 깊이가..

짧은 시 2022.02.26

오탁번 좋은 시 사랑 사랑 내 사랑

오탁번 좋은 시 사랑 사랑 내 사랑.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온 몸이 눈동자가 된다. 사랑 사랑 내 사랑 /오탁번 논배미마다 익어가는 벼이삭이 암놈 등에 업힌 숫메뚜기의 겹눈 속에 아롱진다 배추밭 찾아가던 배추흰나비가 박넝쿨에 살포시 앉아 저녁답에 피어날 박꽃을 흉내낸다 눈썰미 좋은 사랑이여 나도 메뚜기가 되어 그대 등에 업히고 싶다 🍒 ❄출처 : 오탁번 시집, 『1미터의 사랑』, 시와시학사, 1999. 🍎 해설 시의 제목부터 판소리 춘향전에서 업고 노는 대목을 연상시킨다. 유머와 위트가 있다. 사랑에 열중하고 있는 메뚜기를 엿보고 있는 것에도 유머와 위트가 있다. 배추흰나비가 저녁답에 피어 날 박꽃을 훙내내는 모습도 위트가 있고 서정적이다.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온몸이 눈동자가 된다. 이 것을 가..

좋은시 2022.02.25

박인환 좋은 시 세월이 가면

박인환 좋은 시 세월이 가면. 1950년대의 낭만적 시의 톱 클래스. 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 ❄출처 : 박인환 시집, 『목마와 숙녀』, 근역서재, 1976(초판본) 🍎 해설 이 시는 1956년에 쓰여졌다. 3년간이나 계속된 한국전쟁 속에서 도시는 온통 폐허가 되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삶의 가치를 상실하고 철저하게 상호..

좋은시 2022.02.24

나태주 좋은 시 꽃3

나태주 좋은 시 꽃3. 내가 너를 좋아하는 이유는? 꽃3 /나태주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가 너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안쓰러운 것이고 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직 한 가지 네가 너라는 사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 ❄출처 :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혜, 2015. 🍎 해설 이 시는 정지용문학상(2014년) 수상작품이다. 수상작답게 아름다운 시다. 예쁘니까 돈이 많으니까 집안이 좋으니까 너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네가 가진 조건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너’라는 한 가지 이유..

좋은시 2022.02.23

정호승 좋은 시 그리운 부석사

정호승 좋은 시 그리운 부석사. 사랑의 의지가 대단하다. 그리운 부석사 /정호승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마지(摩旨)를 올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앉아 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 눈물 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 하늘 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 🍒 ❄출처 : 정호승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창비 , 1997. * 마지(摩旨): 절에서 부처님께 올리는 밥. 🍎 해설 우리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 중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에서 깊은 감동을 받는다. 우리는 오늘 정호승 시인의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에서 또 하나..

좋은시 2022.02.22

신석정 좋은 시 들길에 서서

신석정 좋은 시 들길에 서서. 힘들지만 희망을 갖고 살아 나가자. 들길에 서서 /신석정 푸른 산이 흰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 ❄출처 : 원문 ≪문장(文章)≫ (1936. 9.), 신석정 시집, 『슬픈 목가』, 타임비, 2015. 🍎 해설 신석정 시인은 주로 목가적 서정시를 쓴 시인으로 알려..

좋은시 2022.02.21

이혜선 짧은 시 코이법칙

이혜선 짧은 시 코이법칙. 우리의 마음을 어항에 가두어 둘 것인가. 코이법칙 /이혜선 코이라는 비단 잉어는 어항에서 키우면 8센티미터밖에 안 자란다 냇물에 풀어놓으면 무한정 커진다 너의 꿈나무처럼, 🍒 ❄출처 : 이혜선 시집, 『운문호일雲門好日』,지혜, 2017. 🍎 해설 코이라는 관상어는 실제로 어항에서 키우면 8cm밖에 안 큰다. 그러나 냇물에 풀어 놓으면 엄청나게 커진다. 우리는 누구나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그 마음 밭에서 가꾸는 꿈이 있다. 나의 꿈나무를 키우고 있다. 우리 마음을 좁은 한 곳 어항에 가두어 놓지 않고 열린 가슴으로 저 넓은 강물에 흘려 보낸다면 우리 마음속의 꿈나무는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 문태준 시인의 해설 이 시는 코이라는 관상어에 대해 쓰고 있다. 이 코이라는 관상어는 어..

짧은 시 2022.02.20

정희성 좋은 시 음지식물

정희성 좋은 시 음지식물. 사람 사는 세상에도 음지가 있다. 음지식물 /정희성 음지식물이 처음부터 음지식물은 아니었을 것이다 큰 나무에 가려 햇빛을 보기 어려워지자 몸을 낮추어 스스로 광량(光量)을 조절하고 그늘을 견디는 연습을 오래 해왔을 것이다 나는 인간의 거처에도 그런 현상이 있음을 안다 인간도 별수 없이 자연에 속하는 존재이므로 🍒 ❄출처 : 정희성 시집, 『그리운 나무』, 창비, 2013. 🍎 해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고달픈 환경에 적응하고 잘 견뎌내는 음지식물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 오늘 하루를 그런 사람들을 응원하면서 시작한다. 내가 양지식물이라는 선민의식에서 하는 소리가 결코 아니다. 긍휼(compassion)은 이 세상을 이끌어 나가는 기본정신이기 때문이다. ​🌹 문태준 시인 해설 일..

좋은시 202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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