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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 28

허수경 좋은 시 폐병쟁이 내 사내

허수경 좋은 시 폐병쟁이 내 사내. 그 사내 내가 갓 스물 넘어 만났던 사내. 폐병쟁이 내 사내 /허수경 그 사내 내가 스물 갓 넘어 만났던 사내 몰골만 겨우 사람꼴 갖춰 밤 어두운 길에서 만났더라면 지레 도망질이라도 쳤을 터이지만 눈매만은 미친 듯 타오르는 유월 숲속 같아 내라도 턱하니 피기침 늑막에 차오르는 물 거두어주고 싶었네 산가시내 되어 독오른 뱀을 잡고 백정집 칼잽이 되어 개를 잡아 청솔가지 분질러 진국으로만 고아다가 후 후 불며 먹이고 싶었네 저 미친 듯 타오르는 눈빛을 재워 선한 물같이 맛깔데인 잎차같이 눕히고 싶었네 끝내 일어서게 하고 싶었네 그 사내 내가 스물 갓 넘어 만났던 사내 내 할미 어미가 대처에서 돌아온 지친 남정들 머리맡 지킬 때 허벅살 선지피라도 다투어 먹인 것처럼 어디 내..

좋은시 2022.02.18

고은 좋은 시 문의마을에 가서

고은 좋은 시 문의마을에 가서. 삶과 죽음에 관한 유명한 시다. 문의마을에 가서 /고은 겨울 문의(文義)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소백산맥 쪽을 벋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꽉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 본다. 모든 것이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文義)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좋은시 2022.02.17

박노해 좋은 시 두 가지만 주소서

박노해 좋은 시 두 가지만 주소서. 바꿀 수 없는 것은 그것을 담담히 받아 들일 수 있는 용기를. 두 가지만 주소서 /박노해 나에게 오직 두 가지만 주소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인내를 바꿀 수 없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나에게 오직 두 가지만 주소서 나보다 약한 자 앞에서는 겸손할 수 있는 여유를 나보다 강한 자 앞에서는 당당할 수 있는 깊이를 나에게 오직 두 가지만 주소서 가난하고 작아질수록 나눌 수 있는 능력을 성취하고 커 나갈수록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관계를 나에게 오직 한 가지만 주소서 좋을 때나 힘들 때나 삶에 뿌리 박은 깨끗한 이 마음 하나만을 🍒 ❄출처 :​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느린걸음, 2010. ​ 🍎 이영미 작가 해설..

좋은시 2022.02.16

나태주 짧은 시 아름다운 사람

나태주 짧은 시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시다. 그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인가? 아름다운 사람 /나태주 아름다운 사람 눈을 둘 곳이 없다 바라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니 바라볼 수도 없고 그저 눈이 부시기만 한 사람 🍒 ❄출처 : 나태주, 『나태주 시선집: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푸른길, 2017. ​ 🍎 해설 절제된 사랑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아름답게 형상화 하고 있다. 그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인가? 그 행복한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바로 당신이다. 당신의 남편은 당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또는 당신의 아내는 당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당신의 남편은 당신의 용모가 아름다워서만 눈이 부신 것이 아니다. 당신의 아내는 당신이 잘 생겨서만 눈이 부신 것이 아니다. 당신이 해 왔던 마..

짧은 시 2022.02.15

하상욱 짧은 시 시밤 사랑시3

하상욱 짧은 시 시밤 사랑시3. 하상욱 시인을 분석 평가한다. 시밤 사랑시3 /하상욱 전 여자를 밝힙니다. 여자가 더 빛나도록. 🍒 ❄출처 : 하상욱 시집, 『시 읽는 밤: 시밤』, 위즈덤하우스, 2015. 🍎 해설 (3) 하상욱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간다. 하상욱은 시인인가? 그의 시는 시인가? 이제 결론을 내려야 할 때다. 기성 시단은 하상욱을 거들떠도 안 본다. 대중시인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하상욱의 시를 문단에서 보면 그의 시는 심심풀이 땅콩처럼 소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다. 하상욱과 그의 시를 낮게 평가하는 이들은 그의 시에 음미하고 고민하는 시의 본질이 없다거나 시의 예술적 본령을 훼손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반대로 높게 평가하는 이들은 하상욱의 시가 새로운 스타일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짧은 시 2022.02.14

하상욱 짧은 시 시밤 사랑시2

하상욱 짧은 시 시밤 사랑시2. SNS 시인 하상욱을 분석 평가한다. 시밤 사랑시2 /하상욱 사랑이 밥 먹여주지는 않지만, 사랑을 하면 밥이 맛있어져요 🍒 ❄출처 : 하상욱 시집, 『시 읽는 밤: 시밤』, 위즈덤하우스, 2015. 🍎 해설 (2) 하상욱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간다. SNS 시인 하상욱은 이렇게 말한다. “하루를 정리하고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볼 때 가장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이때만큼 마음이 편안한 상태가 없거든요. 스마트폰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있거든요. 그런 걸 아무 생각 없이 보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피어나죠. 또 어떤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안 풀리면 일단 접어두고 그 문제에서 일부러 해방돼라고 권합니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답이 떠오르는 경우가..

짧은 시 2022.02.13

하상욱 짧은 시 시밤 사랑시1

하상욱 짧은 시 시밤 사랑시1.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SNS 시인 하상욱은 누구인가? 시밤 사랑시1 /하상욱 과거 있는 여자도 괜찮아요 과거 잊는 여자로 만들께요 🍒 ❄출처 : 하상욱 시집, 『시 읽는 밤: 시밤』, 위즈덤하우스, 2015. 🍎 해설 (1) 이 시를 쓴 주인공은 하상욱(河相旭, 1981년 생) 시인이다. ‘SNS 시인’ ‘애니팡 시인’으로 불리며 싱어송라이터를 겸하고 있다. SNS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인물이다. 그는 신춘문예 등을 통해 등단한 적이 없다. 등단은 SNS에서 시켜줬다. 그는 짧고 단순하고 명쾌한 촌철(寸鐵)의 시를 쓴다. 온라인에서 불붙은 그의 인기는 이제 오프라인으로까지 넘어왔다. 종이 책으로 나온 시집 ‘서울 시 1’과 ‘서울 시 2’는 베스트 셀러에 등극했..

짧은 시 2022.02.12

조지훈 명시 낙화

조지훈 명시 낙화. 조지훈 시인의 명시 가운데 하나다. 정치인들이 흔히 낭송한다. 낙화(落花) /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 ❄출처 : 조지훈, 『조지훈 전집1』, 나남출판 , 1996. 🍎 해설 이 시의 방아쇠는 첫 구절인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이다. 꽃은 바람에 지지 않는다. 시간이 되어서 진다. 꽃은 꽃의 시간이 다해서 진다. 이 시는 이른 아침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며 느낀, 자연의 섭리와 삶의 무상함과 비애를 극히 ..

신경림 좋은 시 파장

신경림 좋은 시 파장.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파장 /신경림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켜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빚 얘기 약장수 기타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 색싯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 ❄출처 : 신경림 시집, 『농무』, 창작과비평사. 2000. 🍎 해설 파장(罷場)이란 보통 5일마다 열리는 농촌 전통시장이 하루 장사를 마치고 끝난 것을 말한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

좋은시 2022.02.10

윤보영 짧은 시 귀띔

운보영 짧은 시 귀띔. 봄을 담을 자리가 없다고 누군가가 슬그머니 귀띔을 해 준다. 귀띔 /윤보영 봄을 담겠다고 가슴을 열었더니 그대 생각이 달려 나옵니다 그리움이 너무 많아 봄을 담을 자리가 없다고. 🍒 🍎 해설 봄을 담을 자리가 없다고 누군가가 슬그머니 귀띔을 해 준다. 그러나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봄은 봄대로 따로 담아볼 수는 없을까? 엎치락뒤치락 생각 끝에 나도 이런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오늘 그대에 대한 가득한 그리움으로 나도 오고 있는 봄을 잠시 멈추게 하고 싶다. 봄을 담겠다고 가슴을 열었더니 그대 생각이 달려 나옵니다 그리움이 너무 많아 봄을 담을 자리가 없다고.

짧은 시 202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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