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신경림 좋은 시 파장

무명시인M 2022. 2. 10.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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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좋은 시 파장. Source: www. pixabay. com

신경림 좋은 시 파장.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파장

/신경림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켜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빚 얘기

약장수 기타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 색싯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

 

출처 : 신경림 시집, 농무, 창작과비평사. 2000.

 

🍎 해설

파장(罷場)이란 보통 5일마다 열리는 농촌 전통시장이 하루 장사를 마치고 끝난 것을 말한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라는 잊을 수 없는 시어로 시작하는 이 시는 당시의 농민들의 고달팠던 현주소를 형상화하였다. 향토적인 언어와 비속어 등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당시 농촌 사회와 농민들의 애환을 드러내고 있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빛 얘기' 등으로 현실적으로 농민들을 암울하게 하는 스토리가 얼른거린다. 서울이 그러워지나'라고 농촌생활의 어려움에 탄식한다. 그리고 '섰다', '색싯집'과 같이 노름과 유흥으로 현실을 잊으려고 소주를 마시며 현실을 잊으려고 한다. 이윽고 해가 져서 파장되면 고무신이나 조기같은 자그만 물건을 사서 집으로 돌아간다.

 

쓸쓸한 파장이다. 절뚝이는 파장은 당시의 농민들의 앞날이 밝지 않았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가 유명하게 된 것은 시인이 정치삐라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당시의 농민들의 고달픈 애환을 휴머니즘과 인간애로 연결시켰기 때문이다. 이 시는 이상하게도 인간미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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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Source: www. unsplash.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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