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오세영 좋은 시 2월

무명시인M 2022. 2. 7.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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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좋은 시 2월. Source: www. pexels. com

오세영 좋은 시 2월. 떡국 한 그릇 먹고 났더니 2월도 벌써 1주일이 지나고 있다.

2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

 

출처 : 오세영 시집,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시와시학사, 1992.

 

🍎 해설

2022년 음력 설이 엊그제다. 떡국 한 그릇 먹고 났더니 2월도 벌써 1주일이 되어 간다. 아니 벌써? 오미크론이 확산 일로에 있고..우울한 시작이다.

 

그러나 시인의 말처럼 2월은 나무에서 맹아가 움트고 겉으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나 안으로는 뭔가 터뜨릴 본질이 숨쉬는 달이다.

 

바구니 하나 옆에 끼고 냉이나 달래를 캐러 논두렁 밭두렁에 가볼까? 냉이야, 달래야. 소리쳐 불러 보겠다. 시인이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고 했으므로.

 

🌹 이영미 작가의 해설

'어머, 벌써?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다 보니 정말 이렇게 시간이 흘러버렸네. 그래, 벌써 2월이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2월이라는 생각에 털외투를 벗고 겁(?)없이 얇은 옷을 입고 나가 온종일 덜덜 떨고 들어와서는 끝내 몸져 누워버린 나.

시인은 어쩜 이리도 내 마음을 잘 알까요?

시간이 흐르고, 그리고 변화가 있음을 시인은 말합니다.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이라고, 자신의 변화와 성장에 겨울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음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자신의 내면에 눈을 돌리고 성찰의 시간이 있어야 함을 말하고 있어요. 꽃은 결코 그냥 피지 않아요. 겨우내 추위를 이겨내고 그 여린 숨결을 지켜왔으니 필 수 있는 것이지요.

 

청춘들이여, 그렇게 준비하며 왔으니 이제 부르기만 하면 됩니다.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고 시인이 말하잖아요. 정말 멋지지 않아요?

- 이영미, 스무 살엔 스무 살의 인생이 있다, RHK, 2012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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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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