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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좋은 시 사는 일

무명시인M 2022. 2. 8.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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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좋은 시 사는 일. Source: www. pexels. com

나태주 좋은 시 사는 일.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사는 일

/나태주

1.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먼저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두어 시간

땀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할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나랫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고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도 잠잠해졌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2.

세상에 나를 던져보기로 한다

한 시간이나 두 시간

 

퇴근버스를 놓친 날 아예

다음 차 기다리는 일을 포기해버리고

길바닥에 나를 놓아버리기로 한다

 

누가 나를 주워가줄 것인가

만약 주워가준다면 얼마나 내가

나의 길을 줄였을 때

주워가줄 것인가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시험 삼아 나는 세상 한복판에

나를 던져보기로 한다

 

나는 달리는 차들이 피해가는

길바닥의 작은 돌멩이. 🍒

 

출처 : 나태주 시집, 너도 그렇다, 종려나무, 2009

 

.🍎 해설

쉽고 간결한 시어로 삶의 성찰과 삶의 궤적을 탐색하고 있다. 1장과 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인생의 행로를 걷다가 뜻밖의 일들을 겪기도 하나, 그것도 무사히 넘기고 다시 잘 마무리하게 되었다는 구성을 갖고 있다. ‘굽은 길곧은 길을 가리지 않고 그 흐름에 몸을 맡기어 순리대로 살아온 삶을 만족스럽게 평가한다.

 

1장의 주제는 순리를 따르는 삶을 살아갈 때 느끼는 평안함과 자족감이다. 때로 걷지 않아도 좋을 길’, 즉 고난의 시기가 있었지만 도리어 바람’, ‘수풀’, ‘멍석 딸기’, ‘물총새등 자연물과의 교감으로 더욱 깊은 인생의 진실을 깨닫게 된다고 회상한다.

 

이제 날 저물려 한다는 단순히 하루의 끝만이 아니라 인간의 노년에 해당하는 시간적 흐름을 보여 준다. 바람이 잔잔해지거나 새들이 머리를 돌리는 것은 어떠한 동요에도 흔들리지 않고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겠다는 다짐이라고 생각된다.

 

2장에서는 가만히 나를 세상 속으로 던져 보기로 한다.

 

먼저 출발해버린 버스 덕분에 오히려 새로운 만남과 황홀한 경험을 했던 것을 되돌려 의도적으로 다음 차를 놓쳐보는 행위, 세상에 나를 던져보는 일을 해 본다.

뭔가 계획이 틀어지고 원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일도 축복이 될 수 있다. 불평과 원망을 물총새와의 만남과 같은 축복으로 만들어 보자. 이게 내 삶의 성찰의 결과의 그 어떤 지점이라고 시인은 결론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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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차가

제시간보다 먼저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두어 시간

땀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나랫짓도 보았으므로

 

퇴근버스를 놓친 날 아예

다음 차 기다리는 일을 포기해버리고

길바닥에 나를 놓아버리기로 한다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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