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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 31

이기철 좋은 시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좋은 시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당신이 만나 이별했던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습니까?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 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좋은시 2022.03.31

김기림 명시 나비와 바다

김기림 명시 나비와 바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이 이미지가 선명한 서정시다. 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출처 : 1939년에 발표. 김기림 시집 시집, 『바다와 나비』, 신문화연구소, 1946. 🍎 해설 1939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흰 나비와 푸른 바다의 선명한 색채의 대비가 돋보인다. 일렁이는 바다를 ‘청(靑)무우밭’에 비유한 구절이 눈에 띈다. 나비의 허리에 걸린 “새파란 초생달”이 산수화 한 폭 같다. 선명한 이미지다, 푸른색에 속아 무밭인 줄 알고 멋모르고 ..

안도현 짧은 시 봄밤

안도현 짧은 시 봄밤. 봄밤은 누군가를 또한 무엇인가를 그립게 한다. 봄밤 /안도현 내 마음 이렇게 어두워도 그대 생각이 나는 것은 그대가 이 봄밤 어느 마당가에 한 그루 살구나무로 서서 살구꽃을 살구꽃을 피워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하고 그대하고만 아는 작은 불빛을 자꾸 깜박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안도현 시집, 『그대에게 가고 싶다』, 푸른숲, 1991. 🍎 해설 봄밤은 쓸쓸하다. 그러나 봄밤은 칠흑같이 어두워도 살구꽃이라는 희망의 꽃을 가만가만 피워내고 있는 까닭에 봄밤다웁게 밝고 따스하다. 살구나무는 고향집에 한 두그루 서 있는 향수의 나무다. 봄밤은 역시 누군가를 또한 무엇인가를 그립게 한다. 최소한 고향을 그립게 한다. 나하고 그대하고만 아는 작은 불빛이 어디 살구꽃뿐이랴. 배꽃, 복숭아꽃..

짧은 시 2022.03.29

정지용 명시 백록담

정지용 명시 백록담. 향수와 함께 정지용 시인의 2대 명시 가운데 하나다. 백록담 /정지용 1. 절정에 가까울수록 뻐꾹채꽃 키가 점점 소모된다. 한 마루 오르면 허리가 스러지고 다시 한 마루 위에서 모가지가 없고 나중에는 얼굴만 갸옷 내다본다. 화문花紋처럼 판 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함경도 끝과 맞서는 데서 뻐꾹채 키는 아주 없어지고도 팔월 한철엔 흩어진 성신星辰처럼 난만하다. 산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아도 뻐꾹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기서 기진했다. 2. 암고란巖古蘭, 환약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아 일어섰다. 3. 백화白樺 옆에서 백화가 촉루가 되기까지 산다. 내가 죽어 백화처럼 흴 것이 숭없지 않다. 4. 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 모롱이, 도체..

윤보영 짧은 시 꽃

윤보영 짧은 시 꽃. 쉽고 간결한 그리움시다. 꽃 /윤보영 꽃이 너라고 생각하니 세상에 안 예쁜 꽃이 없다. 꽃이 너라고 생각하니 세상에 미운 꽃도 없다. 🍒 ❄출처 : 윤보영 시집, 『윤보영의 시가 있는 마을』, 와이비, 2014. 🍎 해설 윤보영 시인은 특별한 기교나 어려운 낱말 등의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가장 일상적인 단어를 통해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짧은 시가 많다. 흔하고 평범한 소재 속에서 끌어올리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발상이 독자의 마음을 노크한다. 이 시도 그렇다. 꽃을 소재로 한 수 많은 사랑시, 그리움시가 있지만, 이 시는 아주 쉽고 그 시적 발상이 진부하지 않고 신선하다. 언어 유희가 아닌 시적 고뇌가 있고 신선한 임팩트가 있다. 그리고 디자인이 있고 간결하다. 꽃..

짧은 시 2022.03.27

정완영 짧은 시 초봄

정완영 짧은 시 초봄. 새봄이다. 유리창을 말갛게 닦아내자. 초봄 /정완영 내가 입김을 불어 유리창을 닦아 내면 새 한 마리 날아가며 하늘빛을 닦아 낸다 내일은 목련꽃 찾아와 구름빛도 닦으리. 🍒 ❄출처 : 정완영 시집,『정완영 동시선집』, 지식을만드는지식, 2015. 🍎 해설 봄이 와서 사람들이 지난 겨울 묵은 때 낀 유리창을 입김 불어 말갛게 닦아 내면, 새들은 날아올라 하늘 유리창을 맑은 소리로 닦아 낸다. 그러면 어느새 목련꽃도 새하얀 옷자락으로 하늘 구름을 화안하게 닦아 낸다. ​ 이 맑은 서정시는 우리의 지친 몸과 마음을 맑고 밝게 씻어 준다. 어느덧 생명들이 일을 시작한다. 우리도 스스로 푸른 생기를 되찾자. 🌹 이문재 시인의 해설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벽이라기보다 유리다. 사람과 사람..

짧은 시 2022.03.26

하상욱 짧은 시 시밤 사랑시4

하상욱 짧은 시 시밤 사랑시4. 웃음부터 나오지만 임팩트가 있다. 시밤 사랑시4 /하상욱 도레미파 솔로시죠? 🍒 ❄출처 : 하상욱 시집, 『시 읽는 밤: 시밤』, 위즈덤하우스, 2015. 🍎 해설 웃음부터 나오지만 위트와 유머가 있다. 뭔가 잘 모르겠지만 간결하고 시적인 임팩트가 있다. 30대 남성 미혼율이 무려 50.8%나 된다. 노총각 사회가 돼 버렸다. 노처녀도 많다. 솔로가 많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혼밥, 혼술 솔로시대가 와 버렸다. 물론 하상욱 시인이 이런 현상을 풍자한 것은 아니다. 당신도 혹시 지금 도레미파 솔로시죠? 아닌가요? ㅋ 🌹 출판사의 하상욱 시인 소개 하상욱 시팔이, 시 잉여 송라이터, 센스머신, 시POP 가수 1981년생. 리디북스에서 기획자로 일하면서 페북에 시를 올리기 시작..

짧은 시 2022.03.25

김소월 좋은 시 첫치마

김소월 좋은 시 첫치마. 첫치마. 제목부터 신선하다. 첫치마 /김소월 봄은 가나니 저문 날에, 꽃은 지나니 저문 봄에, 속없이 우나니,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나니 가는 봄을. 꽃지고 잎진 가지를 잡고 미친듯 우나니, 집난이는 해 다 지고 저문 봄에 허리에도 감은 첫치마를 눈물로 함빡이 쥐어짜며 속없이 우노나 지는 꽃을, 속없이 느끼노나, 가는 봄을. 🍒 ❄출처 : 김소월 신현림 지음, 『첫 치마』, 사과꽃, 2017. 🍎 해설 첫치마. 제목부터 신선하다. 옛날 여인에게 치마란 그 여인의 모든 애환이 담겨있는 상징물이다. 집난이는 새댁이다. 새댁이 입고 있는 첫치마는 새댁의 희노애락이 담겨있는 상징물이다. 일단 이 시는 호된 시집살이와 조혼에 얽힌 집난이(새댁)의 애수가 깃든 작품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

좋은시 2022.03.24

도종환 좋은 시 초록 꽃나무

도종환 좋은 시 초록 꽃나무. 꽃이 필 때의 화려함과 꽃이 지고난 후의 푸르름. 초록 꽃나무 /도종환 꽃 피던 짧은 날들은 가고 나무는 다시 평범한 빛깔로 돌아와 있다 꽃을 피우지 못한 나무들과 나란히 서서 나무는 다시 똑같은 초록이다 조금만 떨어져서 보아도 꽃나무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된다 그렇게 함께 서서 비로소 여럿이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고 마을 뒷산으로 이어져 숲을 이룬다 꽃 피던 날은 짧았지만 꽃 진 뒤의 날들은 오래도록 푸르고 깊다 🍒 ❄출처 : 도종환 시집, 『슬픔의 뿌리』, 실천문학사, 2002. 🍎 해설 짧은 봄과 긴 여름, 꽃이 필 때의 화려함과 꽃이 지고 난 후의 푸르름이 빚어내는 선명한 의미의 대비가 아름답게 형상화된 우수작품이다. 꽃피는 시절은 아주 짧다. 꽃잎을 떨어뜨리고 초록..

좋은시 2022.03.23

조병화 명시 해마다 봄이 되면

조병화 명시 해마다 봄이 되면. 어머니는 봄처럼 부지런해야 한다고 하셨다. 해마다 봄이 되면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 ❄출처 : 조병화 시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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