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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좋은 시 산에 대하여

무명시인M 2022. 2. 28.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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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좋은 시 산에 대하여. Source: www. pexels. com

신경림 좋은 시 산에 대하여. 낮은 곳에서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시인은 애정과 격려를 보낸다. 산을 통해서.

산에 대하여

/신경림

산이라고 해서 다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다 험하고 가파른 것은 아니다.

 

어떤 산은 크고 높은 산 아래

시시덕거리고 웃으며 나지막히 엎드려 있고,

또 어떤 산은 험하고 가파른 산자락에서

슬그머니 빠져 동네까지 내려와

부러운 듯 사람 사는 꼴을 구경하고 섰다.

 

그리고 높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순하디 순한 길이 되어 주기도 하고

남의 눈을 꺼리는 젊은 쌍에게 짐짓

따뜻한 숨을 자리가 돼 주기도 한다.

 

그래서 낮은 산은 내 이웃이던

간난이네 안방 왕골자리처럼 때에 절고

그 누더기 이불처럼 지린내가 배지만

눈개비나무 찰피나무며 모싯대 개쑥에 덮여

곤줄박이 개개비 휘파람새 노랫소리를

듣는 기쁨은 낮은 산만이 안다.

 

사람들이 서로 미워서 잡아 죽일 듯

이빨을 갈고 손톱을 세우더라도

칡넝쿨처럼 머루넝쿨처럼 감기고 어우러지는

사람 사는 재미는 낮은 산만이 안다.

 

사람이 다 크고 잘난 것만이 아니듯

다 외치며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니듯

산이라 해서 모두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모두 흰 구름을 겨드랑이에 끼고

어깨로 바람 맞받아치며 사는 것은 아니다. 🍒

 

출처 : 신경림 시집, 가난한 사랑 노래, 실천문학사, 1988.

 

🍎 해설

시인은 산을 의인화하였다.

 

시인은 산 중에서도 낮은 산을 예찬한다. 낮은 산은 크고 높은 산 아래 시시덕거리고 웃으며 나지막히 엎드려 있는 겸손한 존재이다. 낮은 산은 동네까지 내려와 부러운 듯 사람 사는 꼴을 구경하고 서 있는 친근한 존재이다. 낮은 산은 높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순하디 순한 길이 되어 주기도 하는 자기희생적인 존재이다.

 

젊은 연인에게 사랑의 은신처가 되는 타인을 배려하는 존재이다. 힘들고 고단한 삶 속에서도 작고 소박한 일에 기쁨을 느낄줄 알고 서로 다투고 화해하고 웃을 줄 아는, 사람사는 재미를 아는 존재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적인 삶의 모습이다.

 

이 세상 낮은 곳에서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시인의 따뜻한 애정과 격려의 마음이 아름답게 형상화되어 있다.

시인은 빈부격차 비판과 같은 정치적 사회적 삐라에 함몰되지 않고 물 흘러가는 듯한 시적 운률과 서정성을 끝까지 잃지 않고 있다.

 

🌹 유종호 문학평론가의 해설

신경림의 시는 그가 아니었다면 간결하면서도 절절한 목소리를 찾지 못했을 많은 사람들의 설움과 노여움과 정한에 목청을 틔워 주었다. 그것은 우리 현대시에서 가장 진실하고도 호소적인 목청의 하나였다. 그리하여 힘없고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은 그 목소리가 제 목소리임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 신경림 시집, 가난한 사랑 노래, 실천문학사, 1988, 유종호의 발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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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라고 해서 다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다 험하고 가파른 것은 아니다.

 

어떤 산은 크고 높은 산 아래

시시덕거리고 웃으며 나지막히 엎드려 있고,

그리고 높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순하디 순한 길이 되어 주기도 한다.

 

사람이 다 크고 잘난 것만이 아니듯

다 외치며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니듯

산이라 해서 모두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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