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이문재 좋은 시 지금 여기가 맨 앞

무명시인M 2022. 3. 6. 03:45
728x90
반응형

이문재 좋은 시 지금 여기가 맨 앞. Source: www. pexels. com

이문재 좋은 시 지금 여기가 맨 앞. 끝은 끝이 아니라 사실은 맨 앞이다.

지금 여기가 맨 앞

/이문재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

실뿌리에서 잔가지 우듬지

새순에서 꽃 열매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

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

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

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 🍒

 

출처 : 이문재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 문학동네 , 2014.

 

🍎 해설

어제와 작별한 그대여.

오늘이 맨 앞입니다.

지금 여기 그대가 정면입니다.

오늘의 시동을 새롭게 거세요.

 

🌹 이문재 시인의 자작시 해설

10년 만에 묶는다. 네번째 시집 이후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왔다. 시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대신 시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시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고 묻지 않고 시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라고 묻곤 했다. 시를 나 혹은 너라고 바꿔보기도 했다. 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

 

그러다보니 지금 여기 내가 맨 앞이었다. 천지간 모두가 저마다 맨 앞이었다. 맨 앞이란 자각은 지식이나 이론이 아니고 감성에서 우러나왔을 것이다. 존경하는 친구가 말했듯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계관(世界觀)이 아니고 세계감(世界感)이다. 세계와 나를 온전하게 느끼는 감성의 회복이 긴급한 과제다. 우리는 하나의 관점이기 이전에 무수한 감점(感點)이다.

 

세계감과 세계감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우리가 바라마지않는 새로운 세계관이 생겨날 것이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평범한 진리가 놀랍도록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이렇게 모아놓은 조금은 낯선 낯익은 이야기가, 오래된 기도 같은 이야기가 다른 삶,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사람들과 손을 잡았으면 한다.

출처 : 이문재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 문학동네 , 2014, 시인의 말.

 

🌹 문태준 시인의 해설

모든 것의 처음은 사소하고 미약한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거기서부터 쌓이고 쌓인다. 쌓여서 육중한 무게와 너른 넓이를 만든다. 쌓이면 누구도 꺾을 수 없다. 다발과 묶음과 무더기는 어떤 힘도 견뎌낸다. 마치 서로 의지한 갈대 묶음을 힘센 사람도 쉽게 부러뜨릴 수 없는 것처럼.

 

지금 여기가 맨 끝이라고 여기는 때가 맨 처음이다. 끝은 맨 앞이다. 끝에서 생겨난다. 실뿌리에서 생겨나 잔가지와 우듬지가 된다. 새순에서 생겨나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 이제 이곳이 끝이구나라고 자신을 아주 허물어버리지 않는다면 거기 그때가 맨 앞이 된다. 그리고 매 순간 놀랍고, 기적과도 같은 진전이 이뤄진다.

 

개개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낱낱의 존재들이 동일하게 소중하다. 이문재 시인은 시 어떤 경우에서 어떤 경우에는/ 내가 이 세상 앞에서/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라고 썼다. 우리는 모든 경우에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고, 맨 앞이고, 당당한 정면이다.

- 문태준 시인, 언론 기고문(2018)에서 발췌.

 

🌹 장석남 시인의 해설

남녘에는 매화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사는 땅의 저 아래 끝자리를 남녘이라고 부릅니다. 그 자리에 매화가 먼저 피었으니 봄으로서는 맨 앞자리인 셈입니다(봄은 또 어딜 다녀온 걸까요. 바람이라도 났던 모양입니다!). 봄을 맞아 나무는 끝자리에서부터 싹이 돋아 자라 나갈 겁니다. 끝자리에 맺혔던 꽃봉오리가 만발하면 벌이 모여 일대 잔치마당이 될 겁니다. 부러지기 쉽고 하찮아 보여 끝자리라고 부릅니다만 그 자리가 핵심입니다. 그 자리에서부터 봄은, 나무들의 한 해 성장은 시작되지요. ‘맨 앞이라고 불러야 마땅하지요. 나무를 한 나라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우리 백성 개개인 모두가 나라의 끝자리고 꽃자리들입니다. 실뿌리이고 가지 끝입니다. 거기에 물이 가야, 거기에 신명이 깃들어야 나라가 있습니다. 과수원을 지나노라니 가지치기가 한창입니다. 엇나간 가지들, 이웃을 침해하는 묵은 가지들은 과감히 쳐냅니다. 시원하고 밝아집니다. 그래야 열매 맺을 가지들이 힘을 얻습니다. 성장점, 그러니까 맨 앞이 어디인지, ‘정면이 어디인지 알아차리는 것부터가 봄의 시작이겠죠.

- 장석남 시인, 언론 기고문(2020)에서 발췌.

반응형

나무는 끝이 시작이다.

언제나 끝에서 시작한다.

나무는 전부 끝이 시작이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

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지금 여기 내가 정면이다.

Source: www. pexels. com

반응형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도현 좋은 시 애기똥풀  (0) 2022.03.08
나태주 좋은 시 봄  (0) 2022.03.07
류시화 좋은 시 물안개  (0) 2022.03.03
신경림 좋은 시 산에 대하여  (0) 2022.02.28
오탁번 좋은 시 사랑 사랑 내 사랑  (0) 2022.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