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안도현 좋은 시 애기똥풀

무명시인M 2022. 3. 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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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좋은 시 애기똥풀. Source: www. pexels. com

안도현 좋은 시 애기똥풀.  애기똥풀을 아십니까? 애기똥풀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애기똥풀

/안도현

나 서른다섯 될 때까지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

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 때마다

그들은 내 얼굴 쳐다보았을 텐데요

 

코딱지 같은 어여쁜 꽃

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 저기 걸어간다고

저런 것들이 인간의 마을에서 시를 쓴다고 🍒

 

출처 : 안도현 시집, 그리운 여우, 창작과비평사, 1997.

 

🍎 해설

풀꽃이름에 이런 이름이 붙는 것은 좀 심하다 싶지만, ‘애기똥풀은 줄기를 꺾으면 노란색 젖 같은 액즙이 나오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또한 오뉴월에 꽃이 피는데, 노란 꽃잎 넉 장이 붙어 있는 작은 꽃모양도 예쁘게 싸 놓은 애기똥을 연상시킨다.

약초로도 쓰이고 시골 동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우리가 관심도 없던 풀꽃이어서 이름도 잘 모른다.

 

시인은 이런 애기똥풀에 어떻게 관심을 가졌을까?

시인은 전교조 활동으로 지난 1989년 해직됐다가 복직했다. 복직 후 처음 근무한 곳이 전북 장수 산서고등학교였다. 그의 생애에서 처음으로 산과 들, 개울과 나무, 잠자리와 버들치를 접하게 되었다. 산서 시절 이전까지 그에게 자연은 간접적인 것이었다. 산서에서 그는 자연과 생명, 그리고 인간을 직접만났다. 그는 이 사태를 뒤늦게 철이 든 것이라고 표현했다.

 

들길을 걸을 때면 잊지않고 제비꽃의 자줏빛 볼을 톡, 건드리며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라고 눈 인사를 나누는 시인. 들비둘기가 떨어뜨리고 간 거무스름한 깃털 하나에도 한때 이것은 숨을 쉴 때마다 발랑거리던/존재의 빨간 알몸을 감싸고 있었을 것이라며, 깃털 하나의 무게로 가슴이 쿵쿵 뛰는 시인.

 

출판사의 그리운 여우 시집 소개문이 이런 시들을 잘 평가하고 있다.

전통적 서정시에 뿌리를 대고 시대적 문제와 마음의 갈등을 다룬 시집. 시인의 시선이 가닿고 머물면 그것이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것일지라도 활기를 되찾는다. 생활과 밀착된 맑은 시심이 속깊이 박힌 시편들이 중심을 잃지 않고 잘 자란 나무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이 시 애기똥풀은 단순한 동식물도감은 아니다. 시인은 애기똥풀처럼 사소하고 소외된 것들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 시인으로서의 부끄러움과 자기성찰을 아름다운 시어로 조용히 표출하고 있다.

 

이 시와 종종 함께 소개되고 있는 멋진 시 한 편을 여러분에게 선물한다.

 

무식한 놈

/안도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 🍒

출처 : 안도현 시집, 그리운 여우, 창작과비평사,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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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서른다섯 될 때까지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

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 때마다

그들은 내 얼굴 쳐다보았을 텐데요

 

코딱지 같은 어여쁜 꽃

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 저기 걸어간다고

저런 것들이 인간의 마을에서 시를 쓴다고

Source: www. pixa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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