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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 28

조지훈 명시 승무

조지훈 명시 승무. 한 폭의 그림 같다. 조지훈 시인을 대표하는 명시다. 승무(僧舞)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출..

박남준 짧은 시 깨끗한 빗자루

박남준 짧은 시 깨끗한 빗자루. 봄비는 세상을 맑고 깨끗하게 만드는 빗자루다. 깨끗한 빗자루 /박남준 세상의 묵은 때들 적시며 씻겨주려고 초롱초롱 환하다 봄비 너 지상의 맑고 깨끗한 빗자루 하나 🍒 ❄출처 : 박남준 시집, 『적막』, 창비, 2005. 🍎 해설 이 시는 광화문글판에 뽑힌 시다(2014년 봄). 이 시는 봄비를 세상을 맑고 깨끗하게 만드는 빗자루로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봄비 맞고 깨끗해진 지상처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 봄을 맞이하고 싶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시인은 빗줄기를 빗자루로 보았다. 깨끗한 세상을 바라는 시인의 간절한 염원이 이런 시적 메타포어를 탄생시켰으리라. 봄의 빗줄기가 빗자루가 되어 세상의 묵은 때들과 오미크론을 씻어내어 진정한 새 봄을 맞이하..

짧은 시 2022.04.07

목필균 좋은 시 4월이 떠나고 나면

목필균 좋은 시 4월이 떠나고 나면. 4월의 아름다운 꽃들아. 다 지거라. 4월이 떠나고 나면 /목필균 꽃들아, 4월의 아름다운 꽃들아. 지거라, 한 잎 남김없이 다 지거라, 가슴에 만발했던 시름들 너와 함께 다 떠나버리게 지다보면 다시 피어날 날이 가까이 오고 피다보면 질 날이 더 가까워지는 것 새순 돋아 무성해질 푸르름 네가 간다 한들 설움뿐이겠느냐 4월이 그렇게 떠나고 나면 눈부신 5월이 아카시아 향기로 다가오고 바람에 스러진 네 모습 이른 아침, 맑은 이슬로 피어날 것을 🍒 ❄출처 : 목필균 시집, 『내게 말 걸어 주는 사람들』, 시선사, 2021. 🍎 해설 “꽃들아, 4월의 아름다운 꽃들아. 지거라, 한 잎 남김없이 다 지거라”, “가슴에 만발했던 시름들 너와 함께 다 떠나버리게”. “4월이 그..

좋은시 2022.04.06

나태주 짧은 시 4월

나태주 짧은 시 4월. 4월에는 바람이 내어주는 길로 끝까지 가고 싶다. 4월 /나태주 바람이 내어주는 길로 꽃잎이 놓아주는 징검다리를 건너 끝까지 이 세상 끝까지 가고 싶다 가서는 꽁꽁 숨어 살고 있는 너 한사람 만나고 싶다 데려오고 싶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너만 모르는 그리움』, 북로그컴퍼니, 2020. 🍎 해설 나태주 시인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사랑해야할 것들을 사랑하고 그리워해야할 것들을 그리워한다. 작은 감정마저도 숨기고 외면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우리의 일상에서 시인의 시는 솔직하고 꾸밈이 없다. 누구나 다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만 누구나 다 표현할 수는 없는 감정이기에 우리는 그의 시를 읽으며 공감한다. 이 시도 뭔가 가슴을 울렁이게 만드는 4월에 길을 열어주는 느낌을 준다...

짧은 시 2022.04.05

양광모 좋은 시 무료

양광모 좋은 시 무료. 따뜻한 햇볕. 시원한 바람. 모두 무료. 무얼 더 바래. 무료 /양광모 따뜻한 햇볕 무료 시원한 바람 무료 아침 일출 무료 저녁 노을 무료 붉은 장미 무료 흰 눈 무료 어머니 사랑 무료 아이들 웃음 무료 무얼 더 바래 욕심없는 삷 무료 🍒 ❄출처 : 양광모 시집, 『한 번은 시처럼 살아야 한다』, 푸른길, 2021. 🍎 해설 세상이 우리들에게 무료로 주는 것이 이렇게 많이 있습니다. 주옥같은 이 시도 무료입니다. 무얼 더 바라겠습니까? 코로나19로 여러 가지로 힘드시죠. 그러나 일단 무료에 감사하면서 따뜻한 봄날 하루를 시작하십시오. 🌹 양광모 시인의 한 마디 말 누구라도 한때는 시인이었나니 그대 꽃의 노래 다시 부르라 시란 무엇인가.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시에 관한..

좋은시 2022.04.04

양광모 좋은 시 4월이 오면

양광모 좋은 시 4월이 오면. 4월이 오면 어머니의 만우절 거짓말이 생각난다. 4월이 오면 /양광모 365일 언제나 어머니에게는 만우절이었다 나는 배부르단다, 어서 많이 먹어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짓말 4월에는 한 마디쯤 하며 살아야겠네 어머니, 꽃잎만 먹으며 한세상 곱게 살겠습니다 🍒 ❄출처 : 양광모 시집, 『썰물도 없는 슬픔』, 푸른길, 2015. 🍎 해설 엊그제 4월 1일은 만우절이었다. 만우절 거짓말을 한 마디도 하지 못한채 만우절은 지나가 버렸다. 어머니! 이렇게 부르면 누구에게나 뜨거운 전기가 온다. 아프고 뜨겁고 부드럽고 잊을 수 없는 전기다. 고향이 있다면 그건 어머니다. 4월이 오면 어머니를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어머니의 만우절 거짓말을 한 마디는 하며 살아 보..

좋은시 2022.04.03

강현국 좋은 시 후렴

강현국 좋은 시 후렴. 봄이 온 기쁨을 반어법으로 표현한 사랑시다. 후렴 /강현국 큰일났다, 봄이 왔다 비슬산 가는 길이 꿈틀거린다 꿈틀꿈틀 기어가는 논둑 밑에서 큰일났다, 봄이 왔다 지렁이 굼벵이가 꿈틀거린다 정지할 수 없는 어떤 기막힘이 있어 색(色)쓰는 풀꽃 좀 봐 벌목정정(伐木丁丁) 딱따구리 봐 봄이 왔다, 큰일났다 가난한 내 사랑도 꿈틀거린다 🍒 ❄출처 : 강현국 시집, 『고요의 남쪽』, 고요아침 , 2004. 🍎 해설 *후렴: 노래 곡조 끝에 붙여 같은 가락으로 되풀이하여 부르는 짧은 몇 마디의 가사. *벌목정정(伐木丁丁): 정지용의 ‘장수산(長壽山)’에 등장하는 시어로서, ‘나무를 베는 쩡쩡한 소리’를 말한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대는 소리 역시 벌목정정과 같은 봄이 만들어 내는 소리다. ..

좋은시 2022.04.02

정호승 좋은 시 거미줄

정호승 좋은 시 거미줄. 진실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인내를 응원하는 시다.. 거미줄 /정호승 산 입에 거미줄을 쳐도 거미줄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거미줄에 걸린 아침 이슬이 햇살에 맑게 빛날 때다 송이송이 소나기가 매달려 있을 때다 산 입에 거미줄을 쳐도 거미줄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진실은 알지만 기다리고 있을 때다 진실에도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진실은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고 조용히 조용히 말하고 있을 때다 🍒 ❄출처 : 정호승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창비, 1999. 🍎 해설 거미는 거미줄에 걸린 아침 이슬이 햇살에 맑게 빛날 때까지 기다린다. 그 때 거미줄이 가장 아름답다. 거미는 먹고 살려고 거미줄을 쳐 놓는다. 우리도 먹고 살려고 살다가 보면 진실은 알지만 그것이 진실로 드러날 때까지 기..

좋은시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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