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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 28

김종삼 짧은 시 묵화

김종삼 짧은 시 묵화. 한 편의 묵화처럼 농촌 할머니와 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묵화(墨畵) /김종삼 물 먹은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 ❄출처 : 김종삼 시집, 『북치는 소년』, 민음사, 1995. 🍎 해설 *묵화(墨畵): 먹으로 그린 동양화. 이 시는 한 편의 묵화처럼 농촌 할머니와 소의 모습을 짧은 시로 그리고 있다. 이 시에는 할머니의 자세한 삶의 스토리는 모두 생략되어 있다. 그건 독자들이 상상해야 한다. 이걸 김종삼의 공백의 효과라고 부른다. 이 시에도 그런 여백의 효과가 있다. 할머니와 함께 하루 종일 사래 긴 밭도 갈고 집에 돌아와 물을 먹고 있는 소. 소와 함께 고단한 하루 노동을 막 끝내고 집에 돌아 온 ..

짧은 시 2022.04.19

함민복 좋은 시 서울역 그 식당

함민복 좋은 시 서울역 그 식당. 사나이는 식당에서 일하는 여인을 짝사랑했다. 서울역 그 식당 /함민복 그리움이 나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일하는 전부를 보려고 구석에 앉았을 때 어디론가 떠나가는 기적소리 들려오고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 채 푸른 호수 끌어 정수기에 물 담는 데 열중인 그대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고 술 취한 고백을 하던 그날 밤처럼 그냥 웃으면서 밥을 놓고 분주히 뒤돌아서는 그대 아침, 뒤주에서 쌀 한 바가지 퍼 나오시던 어머니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습니다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고 나옵니다 🍒 ❄출처 : 함민복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작과비평사, 1996. 🍎 해설 사랑은 아름답다..

좋은시 2022.04.18

김동환 명시 웃은 죄

김동환 명시 웃은 죄. 여러분도 그런 죄 가끔은 짓고 살기를 바란다. 웃은 죄 /김동환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 한모금 달라기에 샘물 떠주고, 그러고는 인사하기 웃고 받았지요. 평양성에 해 안 뜬대두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 🍒 ❄출처 : 조선문단 1927.1 발표, 신세기 1938년 3월 수록, 김희보 편저, 『한국의 명시』, 종로서적, 1980. 🍎 해설 한 편의 연애소설이 6줄의 짧은 시로 탄생하였다. 민요조의 운률과 위트와 해학이 넘치는 명시다. 일제 강점기 한 시골마을의 공동 우물이다. 박 바가지로 물을 긷는다. 한 남성 나그네가 샘물에서 물긷는 시골 처녀에게 지름길을 묻길래, 알려주었다. 그리고 물 한 모금 청하길래, 처녀는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샘물 한바가지 떠 주었다. 고맙다고 인사하..

조병화 짧은시 해인사

조병화 짧은 시 해인사. 짧지만 깊은 철학이 담겨있는 조병화의 명시. 해인사 /조병화 큰 절이나 작은 절이나 믿음은 하나 큰 집에 사나 작은 집에 사나 인간은 하나 🍒 ❄출처 : 조병화 시집, 『조병화 시전집』,국학자료원, 2012. 🍎 해설 짧지만 한층 깊고 넓은 심상과 인식과 정서, 철학을 담고 있는 조병화 시인의 명시다.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 사찰 가운데 하나다. 그 해인사에서 시인이 느낀 마음이다. 사람위에 사람 없다, 사람 중심, 사람이 제일이다, 프랑스대혁명 이래 인류의 공통 가치관인 ’자유 사랑 평등 박애 평화‘의 사상이 압축되어 있는 듯한 명시다. 🌹 조병화 시인 시인 조병화(趙炳華, 1921∼2003). 시인의 호는 편운(片雲)이다. 그의 시는 쉽고 아름다운 ..

짧은 시 2022.04.16

김사인 좋은 시 봄바다

김사인 좋은 시 봄바다. 구장집 마누라 방뎅이 커서 다라이만 했지. 봄바다 /김사인 구장집 마누라 방뎅이 커서 다라이만 했지 다라이만 했지 구장집 마누라는 젖통도 커서 헌 런닝구 앞이 묏등만 했지 묏등만 했지 그 낮잠 곁에 나도 따라 채송화처럼 눕고 싶었지 아득한 코골이 소리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지 미끈덩 인물도 좋은 구장집 셋째 아들로 환생해설랑 서울 가 부잣집 과부하고 배 맞추고 싶었지 🍒 ❄출처 : 김사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창비, 2006. 🍎 해설 *다라이: 아가리가 넓게 벌어진 둥글넓적한 대야(일본어) *묏등: 전통 무덤의 윗 부분 봄은 남해 바다로부터 온다. 구장집 마누라 방뎅이 같이 방방한 저 논밭에, 구장집 마누라 젖통 같이 봉긋한 저 언덕에, 구장집 마누라 코골이 같이 달콤한 봄..

좋은시 2022.04.15

조정권 짧은 시 약리도

조정권 짧은 시 약리도. 거친 폭포를 힘차게 뛰어 오르는 잉어처럼 도약을 시도해 보자. 약리도(躍鯉圖) /조정권 물고기야 뛰어 올라라 최초의 감동을 나는 붙잡겠다 물고기야 힘껏 뛰어 올라라 풀바닥 위에다가 나는 너를 메다치겠다 폭포 줄기 끌어내려 네 눈알을 매우 치겠다 매우 치겠다 🍒 ❄출처 : 조정권 시집, 『허심송』, 영언문화사, 1985. 🍎 해설 약리도(躍鯉圖)'는 거친 폭포를 힘차게 뛰어오르는 잉어를 그린 그림이다. 용문(龍門)은 황하(黃河) 상류에 있는 협곡인데 물살이 폭포 같으며 큰 고기들도 쉽게 오르지 못한다. 일단 위에 오르는 데 성공한 잉어는 용이 된다. 이 현상을 등용문이라 하여 입신출세를 기원하고 있는 그림이다. - 『후한서(後漢書)』 이응전(李膺傳) 등용문(登龍門)이야기 시인은 도..

짧은 시 2022.04.14

김용택 짧은 시 봄날

김용택 짧은 시 봄날. 참 쉽고 간결하다. 위트와 유머가 있다. 봄날 /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아라 ❄출처 : 김용택 시집, 『연애 시집』, 마음산책, 2002. 🍎 해설 참 쉽고 간결하다. 위트가 있고 유머가 있다. 봄날의 서정이 편하게 느겨진다. 봄이 오면 괜히 마음이 설레인다. 뭔가 울렁거린다. 여러분은 오늘, 예쁜 여자랑 손잡고 봄물을 따라 꽃 보러 가셨나요?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아라

짧은 시 2022.04.13

유안진 좋은 시 지란지교를 꿈꾸며

유안진 좋은 시 지란지교를 꿈꾸며. 당신이 오늘 오랜만에 지란지교를 나누는 이가 되기를 바란다. 지란지교를 꿈꾸며 /유안진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

좋은시 2022.04.12

도종환 좋은 시 자목련

도종환 좋은 시 자목련. 이별의 시간을 지켜보며 서 있는 일은 힘겨웠다. 자목련 /도종환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고통스러웠다 마음이 떠나버린 육신을 끌어안고 뒤척이던 밤이면 머리맡에서 툭툭 꽃잎이 지는 소리가 들렸다 백목련 지고 난 뒤 자목련 피는 뜰에서 다시 자목련 지는 날을 생각하는 건 고통스러웠다 꽃과 나무가 서서히 결별하는 시간을 지켜보며 나무 옆에 서 있는 일은 힘겨웠다 스스로 참혹해지는 자신을 지켜보는 일은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오래 고통스러웠다 🍒 ❄출처 : 도종환 시집, 『슬픔의 뿌리』, 실천문학사, 2002. 🍎 해설 백목련은 아주 짧게 핀다. 연약하고 순결한 만큼 비에 젖어 떨어진 목련꽃잎은 참혹하게 느껴진다. 툭툭 백목련 꽃잎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백목련과의..

좋은시 2022.04.11

이문재 좋은 시 어떤 경우

이문재 좋은 시 어떤 경우. 살다보면 자기 자신이 보잘 것 없는 존재로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경우 /이문재 어떤 경우에는 내가 이 세상 앞에서 그저 한 사람에 불과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어느 한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세상이다. 🍒 ❄출처 : 이문재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 문학동네 , 2014. 🍎 해설 이문재 시인은 이 시를 시장 통에서 줏었다고 말했다. *서울 회기동 시장 골목을 지나다가 우연히 보았다. 입간판에 영어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To the world you may be one person, but to the one person you may be the world. -Bill Wilson -(문학동네, 2014) 수록- ..

좋은시 202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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