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이문재 좋은 시 어떤 경우

무명시인M 2022. 4. 9.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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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좋은 시 어떤 경우. Source: www. pexels. com

이문재 좋은 시 어떤 경우. 살다보면 자기 자신이 보잘 것 없는 존재로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경우

/이문재

어떤 경우에는

내가 이 세상 앞에서

그저 한 사람에 불과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어느 한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세상이다. 🍒

 

출처 : 이문재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 문학동네 , 2014.

 

🍎 해설

이문재 시인은 이 시를 시장 통에서 줏었다고 말했다.

*서울 회기동 시장 골목을 지나다가 우연히 보았다. 입간판에 영어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To the world you may be one person, but to the one person you may be the world. -Bill Wilson

-<지금 여기가 맨 앞>(문학동네, 2014) 수록-

 

살다 보면 자기 자신이 보잘 것 없는 존재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의 처음은 사소하고 미약한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거기서부터 쌓이고 쌓인다. 쌓여서 육중한 무게와 너른 넓이를 만든다. 쌓이면 누구도 꺾을 수 없다. 다발과 묶음과 무더기는 어떤 힘도 견뎌낸다. 마치 서로 의지한 갈대 묶음을 힘센 사람도 쉽게 부러뜨릴 수 없는 것처럼.

 

개개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낱낱의 존재들이 동일하게 소중하다. 주변을 둘러보면 나 역시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다. 나에게도 세상 전부인 누군가가 있다. 나 또한 누군가의 전부일 수 있다. 그러니 사람이야말로 얼마나 소중한가. 내가 바로 세상이고 중심이다. ‘한 세상이 모여 우리를 만들고 관계를 만들고 더 큰 세상을 이룬다. 어떤 경우에도 나 없이는 세상도 없다.

 

우리는 모든 경우에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고, 맨 앞이고, 당당한 정면이다.

 

문제는 자존감이다. 우리 사회가 이토록 삭막해진 근본 이유 중 하나가 자존감이 극도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돈이 최고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인간이 최고라는 생각을 해 보자.

 

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때를 상상해보자. 그러면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자존감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으로 확대될 때 우리는 지금과 다른 미래를 꿈꿀 수 있다.

 

🌹 이문재 시인의 자작시 해설

아우슈비츠 생존자의 기록 중에 경청할 만한 이야기가 있다.

수용소에도 티타임이 있었다고 한다. 몇 번 우려낸 형편없는 차였지만 하루에 한 번씩 차가 배급됐다. 티타임에 수용소 사람들은 둘로 나뉘었다. 차를 단숨에 들이켜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차를 절반 남겨 얼굴이나 손발을 씻는 사람들도 있었다. 전자는 동물적 본능에 충실했고, 후자는 최소한의 인간적 체모를 지키려 애쓴 것이다.

 

그런데 둘 중 어느 쪽이 더 많이 살아남았을까. 놀랍게도 후자 쪽의 생존율이 더 높았다. 브라이언 보이드가 쓴 <이야기의 기원>(남경태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의 옮긴이 글에 나오는 대목이다. 아우슈비츠에서 찻물을 아껴 자기 몸을 청결히 한 사람, 끝끝내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다.

문제는 자존감이다.

- 이문재 시인의 언론 기고문(2016)에서 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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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에는

내가 이 세상 앞에서

그저 한 사람에 불과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어느 한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세상이다.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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