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2022/03 31

나태주 좋은 시 틀렸다

나태주 좋은 시 틀렸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잘살기 틀렸다고 생각하기 쉽다. 틀렸다 /나태주 돈 가지고 잘 살기는 틀렸다 명예나 권력, 미모가지고도 이제는 틀렸다 세상에는 돈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고 명예나 권력, 미모가 다락 같이 높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요는 시간이다 누구나 공평하게 허락된 시간 그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써 먹느냐가 열쇠다 그리고 선택이다 내 좋은 일, 내 기쁜 일, 내가 하고 싶은 일 고르고 골라 하루나 한 시간, 순간순간을 살아보라 어느새 나는 빛나는 사람이 되고 기쁜 사람이 되고 스스로 아름다운 사람이 될 것이다 틀린 것은 처음부터 틀린 일이 아니었다 틀린 것이 옳은 것이었고 좋은 것이었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틀렸다』, 지혜, 2017.(제13회/2..

좋은시 2022.03.21

허형만 짧은 시 파도 앞에서

허형만 짧은 시 파도 앞에서. 시인은 파도 앞에서 삶을 성찰한다. 파도 앞에서 /허형만 파도를 보면 내 안에 불이 붙는다 내 쓸쓸함에 기대어 알몸으로 부딪치며 으깨지며 망망대해 하이얗게 눈물꽃 이워 내는 파도를 보면 아, 우리네 삶이란 눈물처럼 따뜻한 희망인 것을 🍒 ❄출처 : 허형만 시집, 『허형만 시선집 그늘』, 시월, 2012. 🍎 해설 시인은 파도 앞에서 삶을 성찰한다. 시인은 파도 앞에서 삶을 순화시킨다. 파도는 하루 종일 쓸쓸함과 그리움, 그리고 기다림을 안고 밀려 왔다가 바닷가에 부딪혀 으깨지고 다시 쓸쓸히 돌아감으로써 착잡한 감정들을 이겨내는 눈물꽃을 피워 낸다. 바로 우리 인생 또한 끝없는 일상의 되풀이 속에서 끝없이 어딘가로 그리움 안고 밀려갔다가 부서져서 되돌아오면서 "눈물처럼 따뜻한..

짧은 시 2022.03.20

김동명 명시 파초

김동명 명시 파초. 남국식물 파초를 통해 잃어버린 조국에 대한 향수와 독립의지를 형상화한 명시. 파초 /김동명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 ❄출처 : 1936년 1월 『조광(朝光)』에 발표. 김동명 시집, 『파초』, 함흥출판사, 1938. 🍎 해설 남국식물 파초를 통해 잃어버린 조국에 대한 향수와 독립 의지를 형상화한 시다. 시인은 남국이라는 조국을 떠나와 살고 있는 파초의 모습을 그리면서, ‘파초의 꿈은..

서정주 좋은 시 신록

서정주 좋은 시 신록. 올 봄엔 이런 기찬 사랑을 한 번 해봤으면. 신록(新綠) /서정주 어이 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미 꽃잎이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한번 날 에워싸는데 못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 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 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 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 신라 가시내의 머리털 같은 폴밭에 바람속에 떨어져 내려 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 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 🍒 ❄출처 : 서정주 시집, 『서정주시선』, 은행나무, 2019. 🍎 해설 신록의 계절에 남몰래 혼자 품은 사랑이라 대놓고 자랑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마냥 속만 태울 수도 없다. 차라리 ..

좋은시 2022.03.18

김사인 좋은 시 공부

김사인 좋은 시 공부. 사람은 인생이라는 커다란 학교의 학생이다. 공부 /김사인 ‘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고 나면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 책상 앞에 무릎 꿇은 착한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하겠지요만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날이 저무는 일 비 오시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섰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 🍒 ❄출처 : 김사인 시집, 『어린 당나귀 곁에서』, 창비. 2015. ..

좋은시 2022.03.17

이해인 좋은 시 봄 편지

이해인 좋은 시 봄 편지. 해마다 우리 가슴에 와 안기는 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봄 편지 /이해인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없는 풀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인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두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 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 ❄출처 : 이해인 시집, 『이해인 시전집1』, 문학사상, 2013. 🍎 해설 오미크론이 막바지 기승을 부린다. 이런 때일수록 가슴에 해마다 와 안기는 봄을 새삼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온 몸과 만물사이로 그 통로를 열어놓고 봄을 맞이하겠다는 시인의 의지가 큰 도움이 된다. 봄이 오고 있는 눈 덮인 강변이나 민들레 ..

좋은시 2022.03.16

원태연 좋은 시 그냥 좋은 것

원태연 좋은 시 그냥 좋은 것. 매력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른다. 그냥 좋은 것이다. 그냥 좋은 것 /원태연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어디가 좋고 무엇이 마음에 들면, 언제나 같을 수는 없는 사람 어느 순간 식상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특별히 끌리는 부분도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 때문에 그가 좋은 것이 아니라 그가 좋아 그 부분이 좋은 것입니다 그냥 좋은 것이 그저 좋은 것입니다. 🍒 ❄출처 : 원태연 시집, 『원태연 알레르기』, 세상속으로 , 2001. 🍎 해설 1992년, 21세의 청년 원태연은 문단의 등용문을 거치지 않고 시집 두 권을 냈다. 이 두 시집은 당시 새로운 감성 연애시로 거론되면서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원태연은 문단을 떠났다가 2020년에 ..

좋은시 2022.03.15

정지용 좋은 시 춘설

정지용 좋은 시 춘설. 하얀 눈 속에 움트는 봄의 생명력. 춘설(春雪) /정지용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멧부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 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숭거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워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 기던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 ❄출처 : 정지용 시집, 『정지용 전집 1시』,민음사, 2016. 🍎 해설 *옹숭그리고: 몸을 몹시 움츠려 작게하고 *옴짓 아니 기던: 움직이지 않던 *핫옷: 안에 솜을 두어 지은 겨울옷 하얀 눈 속에 움트는 봄의 생명력을 느끼고 차가운 눈 속에서 더 선명하게..

좋은시 2022.03.14

용혜원 좋은 시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용혜원 좋은 시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이 몇 명 있습니까?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용혜원 그대를 만나던 날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착한 눈빛 해맑은 웃음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에도 따뜻한 배려가 있어 잠시 동안 함께 있었는데 오래 사귄 친구처럼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내가 하는 말들을 웃는 얼굴로 잘 들어주고 어떤 격식이나 체면 차림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하고 담백함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대가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만 같아 둥지를 잃은 새가 새 둥지를 찾은 것만 같았습니다. 짧은 만남이지만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오랫만에 마음을 함께 맞추고 싶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꽃 한 다발을 받은 것보다 더 행복했습니다. 그대는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 더 좋은..

좋은시 2022.03.13

김동환 명시 산 너머 남촌에는

김동환 명시 산 너머 남촌에는. 이 시는 국민가요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산 너머 남촌에는 /김동환 1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2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넓은 벌엔 호랑나비 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3 산 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 배나무 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 그리운 생각에 영에 오르니 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네 끊였다 이어 오는 가느단 노래 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 🍒 ❄출처 : 『조선문단』 18호, 1927.1. 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