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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 26

로버트 브리지스 명시 6월이 오면

로버트 브리지스 명시 6월이 오면. 6월이 오면 당신이 꿈을 꾸는 그런 그림. 유월이 오면 /로버트 브리지스 6월이 오면 온종일 그대와 함께 향긋한 건초더미 속에 앉아 있으려네 그리고 솔솔 바람 부는 하늘에 흰구름이 지어놓은 눈부시게 높은 궁전들을 바라보려네 그대는 노래 부르고 나는 노래 지어주고 그리고 온종일 아름다운 시들을 읽으려네 마른풀로 지은 우리들의 집에 숨어 누워서 오, 인생은 즐거워라! 유월이 오면. ❄출처 : 로버트 브리지스의 짧은 시(The Shorter Poems of Robert Bridges), 1890년 첫 출판. 🌹 로버트 브리지스(Robert Bridges 1844-1930)는 영국의 계관시인이자 비평가. 🍎 해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향긋한 건초더미에 누워 흰구름이 지어놓은 ..

세계 명시 2022.06.09

서정주 좋은 시 귀촉도

서정주 좋은 시 귀촉도. 못 다 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형상화한 명시. 귀촉도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 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은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아. 🍒 ❄출처 : 서정주 시집, 『귀촉도』, 선문사, 1948. 🍎 해설 *파촉(巴蜀) : 중국 쓰촨성(四川省)에 있던 촉 나라 땅.서역'과 함께 한 번 가면 다시는 ..

좋은시 2022.06.07

성미정 좋은 시 사랑은 야채 같은 것

성미정 좋은 시 사랑은 야채 같은 것.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식탁을 차리다 보니... 사랑은 야채 같은 것 /성미정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씨앗을 품고 공들여 보살피면 언젠가 싹이 돋는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래서 그녀는 그도 야채를 먹길 원했다 식탁 가득 야채를 차렸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오이만 먹었다 그래 사랑은 야채 중에서도 오이 같은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야채뿐인 식탁에 불만을 가졌다 그녀는 할 수 없이 고기를 올렸다 그래 사랑은 오이 같기도 고기 같기도 한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식탁엔 점점 많은 종류의 음식이 올라왔고 그는 그 모든 걸 맛있게 먹었다 결국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사랑은 그가 먹는 모든 것 🍒 ❄출처 : 성미정 시집, 『사랑은 야채 같은 것』, 민음사,..

좋은시 2022.06.06

송찬호 좋은 시 구두

송찬호 좋은 시 구두, 새 구두를 한번 사서 신어 보시렵니까? 구두 /송찬호 나는 새장을 하나 샀다. 그것은 가죽으로 만든 것이다. 날뛰는 내 발을 집어넣기 위해 만든 작은 감옥이었던 것 처음 그것은 발에 너무 컸다. 한동안 덜그럭거리는 감옥을 끌고 다녀야 했으니 감옥은 작아져야 한다. 새가 날 때 구두를 감추듯. 새장에 모자나 구름을 집어넣어 본다. 그러나 그들은 언덕을 잊고 보리 이랑을 세지 않으며 날지 않는다. 새장에는 조그만 먹이통과 구멍이 있다. 그것이 새장을 아름답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새 구두를 샀다. 그것은 구름 위에 올려져 있다. 내 구두는 아직 물에 젖지 않은 한 척의 배, 한때는 속박이었고 또 한때는 제멋대로였던 삶의 한 켠에서 나는 가끔씩 늙고 고집 센 내 발을 위로하..

좋은시 2022.06.04

김경미 좋은 시 비망록

김경미 좋은 시 비망록. 스물네 살이다. 절벽엔들 꽃을 못 피우랴. 비망록 /김경미 햇빛에 지친 해바라기가 가는 목을 담장에 기대고 잠시 쉴 즈음. 깨어보니 스물네 살이었다. 신은, 꼭꼭 머리카락까지 졸이며 숨어있어도 끝내 찾아주려 노력하지 않는 거만한 술래여서 늘 재미가 덜했고 타인은 고스란히 이유 없는 눈물 같은 것이었으므로. 스물네 해째 가을은 더듬거리는 말소리로 찾아왔다. 꿈 밖에서는 날마다 누군가 서성이는 것 같아 달려나가 문 열어보면 아무 일 아닌 듯 코스모스가 어깨에 묻은 이슬발을 툭툭 털어내며 인사했다. 코스모스 그 가는 허리를 안고 들어와 아이를 낳고 싶었다. 석류 속처럼 붉은 잇몸을 가진 아이. 끝내 아무 일도 없었던 스물네 살엔 좀 더 행복해져도 괜찮았으련만. 굵은 입술을 가진 산두목..

좋은시 2022.06.02

나태주 좋은 시 유월에

유월에 /나태주 ​ 말없이 바라 보아주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합니다 때때로 옆에 와 서 주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따뜻합니다 산에 들에 하이얀 무찔레꽃 울타리에 넝쿨장미 어우러져 피어나는 유월에 그대 눈길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나는 황홀합니다 그대 생각 가슴 속에 안개되어 피어오름만으로도 나는 이렇게 가득합니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나태주 대표시 선집』, 푸른길, 2017. 🍎 해설 오늘은 6월 1일이다. 어떤 외국 시인은 ‘인생은 즐거워라 6월이 오면’이라고 노래했다. 새로운 녹음이 돋아나 진초록이 에워싸오면 사랑을 하지 않고는 못견딘다. 시인은 6월을 통해 사랑의 마음을 감미롭게 호흡하고 있다. 산에 들에 하이얀 무찔레꽃 울타리에 넝쿨장미 어우러져 피어나는 유월에 그대 눈길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좋은시 20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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