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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 25

송찬호 좋은 시 찔레꽃

송찬호 좋은 시 찔레꽃.이 시는 한 남자의 인생 스토리다. 찔레꽃 /송찬호 그해 봄 결혼식 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 숲에 가보라 하였다 나는 거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하였던 것인데, 읍내 예식장이 떠들썩했겠다 신부도 기쁜 눈물 흘렸겠다 나는 기어이 찔레나무 숲으로 달려가 덤불 아래 엎어놓은 하얀 사기 사발 속 너의 편지를 읽긴 읽었던 것인데 차마 다 읽지는 못하였다 세월은 흘렀다 타관을 떠돌기 어언 이십수 년, 삶이 그렇게 징 소리 한 번에 화들짝 놀라 엉겁결에 무대에 뛰어오르는 거, 어쩌다 고향 뒷산 그 옛 찔레나무 앞에 섰을 때 덤불 아래 그 흰빛 사기 희미한데 예나 지금이나 찔레꽃은 하얬어라 벙어리처럼 하..

좋은시 2022.07.31

이정하 좋은 시 추억에 못을 박는다

이정하 좋은 시 추억에 못을 박는다. 네가 나를 버린 게 아니라 내가 너를 버린게다. 추억에 못을 박는다 /이정하 잘 가라, 내 사랑 너를 만날 때부터 나는 네가 떠나는 꿈을 꾸었다. 저문 해가 다시 뜨기까지의 그 침울했던 시간, 그 동안에 나는 못질을 한다. 다시는 생각나지 않도록 서둘러 내 가슴에 큰 못 하나를 박았다. 잘 가라, 내 사랑 나는 너를 보내고 햄버거를 먹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뒤돌아 서서 햄버거를 먹다가 목이 막혀 콜라를 마셨다. 잘 가라, 내 사랑 네가 나를 버린 게 아니라 내가 너를 버린 게지. 네가 가고 없을 때 나는 나를 버렸다. 너와 함께 가고 있을 나를 버렸다. 🍒 ❄출처 : 이정하 시집, 『한 사람을 사랑했네』,자음과모음,2005. 🍎 해설 햄버거를 먹는다는 것은 가장 ..

좋은시 2022.07.30

김용택 짧은 시 비오는 날

김용택 짧은 시 비오는 날. 농촌에 하루종일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비오는 날 /김용택 하루종일 비가 서 있고 하루종일 나무가 서 있고 하루종일 산이 서 있고 하루종일 옥수수가 서 있고 하루종일 우리 아빠 누워서 자네. 🍒 ❄출처 : 김용택 시집, 『콩 너는 죽었다』,문학동네, 2018. 🍎 해설 김용택 시인은 비 오는 날의 농촌 풍경을 모든 것이 서 있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비, 나무, 산, 옥수수. 모든 것이 서 있다. 모든 것이 서 있는 중에 하루종일 비가 주룩주룩 내리면 일을 나갈 수 없어 누워서 자는 아버지의 모습이 서로 대비된다. 아빠만 누워 있다. 아이의 눈에 아빠는 모든 자연과 맞먹는 무게감을 지닌 존재로 부각된다. 짧지만 깊이가 있는 시다. 하루종일 비가 서 있고 하루종일 나무가 서 있고..

짧은 시 2022.07.29

박목월 좋은 시 적막한 식욕

박목월 좋은 시 적막한 식욕. 조금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적당하게 맛있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적막한 식욕 /박목월 모밀묵이 먹고 싶다. 그 싱겁고 구수하고 못나고도 소박하게 점잖은 촌 잔칫날 팔모상(床)에 올라 새 사돈을 대접하는 것. 그것은 저문 봄날 해적막한 질 무렵에 허전한 마음이 마음을 달래는 쓸쓸한 식욕이 꿈꾸는 음식. 또한 인생의 참뜻을 짐작한 자의 너그럽고 넉넉한 눈물이 갈구하는 쓸쓸한 식성(食性). 아버지와 아들이 겸상을 하고 손과 주인이 겸상을 하고 산나물을 곁들여 놓고 어수룩한 산기슭의 허술한 물방아처럼 슬금슬금 세상 얘기를 하며 먹는 음식. 그리고 마디가 굵은 사투리로 은은하게 서로 사랑하며 어여삐 여기며 그렇게 이웃끼리 이 세상을 건너고 저승을 갈 때, 보이소 아는 양반 앙인기요 보..

좋은시 2022.07.28

나태주 좋은 시 추억

나태주 좋은 시 추억. 기쁜 우리 젊은 날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한다. 추억 /나태주 어디라 없이 문득 길 떠나고픈 마음이 있다. 누구라 없이 울컥 만나고픈 얼굴이 있다. 반드시 까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히 할 말이 있었던 것은 더욱 아니다. 푸른 풀밭이 자라서 가슴속에 붉은 꽃들이 피어서 간절히 머리 조아려 그걸 한사코 보여주고 싶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산촌 엽서』,문학사상사,2002. 🍎 해설 젊은 날의 꿈은 아름답다. 청운의 꿈인가, 사랑과 희망의 꿈인가, 누구와 어떻게였는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순수하고 아름다운 꿈을 가꾸던 지난 시절이 그립다. 최인호 작가는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기쁜 우리들의 젊은 날은 저녁놀 속에 사라지는 굴뚝 위의 흰 연..

좋은시 2022.07.27

이생진 좋은 시 있었던 일

이생진 좋은 시 있었던 일.사랑은 없언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 있었던 일 /이생진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하면 없었던 것으로 돌아가는 일 적어도 남이 보기엔 없었던 것으로 없어지지만 우리 둘만의 좁은 속은 없었던 일로 돌아가지 않는 일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겉으로 보기엔 없었던 것 같은데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 🍒 ❄출처 : 이생진 시집, 『시인의 사랑』 ,혜진서관,1997. 🍎 해설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하기 위해 며칠밤을 지새운 적이 있었습니까? 지금 생각해 봐도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이었습니까? 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겉으로 보기엔 없었던 것 같은데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

좋은시 2022.07.26

윤보영 짧은 시 인연

윤보영 짧은 시 인연. 내 사랑하는 나의 반쪽 그대에게 바친다. 인연 /윤보영 생각만 해도 늘 기분 좋은 그대! 그대는 전생에 잃어버린 내 한 조각이 아닐까 🍒 ❄출처 : 윤보영 시집, 『세상에 그저 피는 꽃은 없다 사랑처럼』,행복에너지, 2020. 🍎 해설 윤보영 시인의 시는 순수하고 긍정적인 감정이 메마른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아주 쉽고 간결하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 속 상황에서 시가 나온다. 이 시도 그렇다. 우리는 내 사랑하는 나의 반쪽 그대라는 말을 잘 쓴다. 좋은 짝을 만나면 전생에 좋은 인연이 있었나보다라고 흔히 생각한다. 이 시는 우리의 이런 순수한 그리움의 생각을 짧고 아름답게 형상화하였다. 뭔가 행복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생각만 해도 늘 기분..

짧은 시 2022.07.24

정호승 좋은 시 여행

정호승 좋은 시 여행.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오지를 향해 여행을 떠나라고 말한다. 여행 /정호승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설산(雪山)의 창공을 나는 독수리들이 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릴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의 설산(雪山)뿐이다 🍒 ❄출처 : 정호승 시집, 『여행』,창비, 2013. 🍎 해설 누구에게나 인생은 하나의 여행이다. 시인은 우리에게 어떤 여행을 떠나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오지를 향해 여행을 떠나라고 말한다. 시인은 설산이며 오지인 타인을 향해 사랑을 실천..

좋은시 2022.07.23

이정하 좋은 시 조용히 손을 내밀었을 때

이정하 좋은 시 조용히 손을 내밀었을 때.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상대방의 손을 잡아주는 순간... 조용히 손을 내밀었을 때 /이정하 내가 외로울 때 누가 나에게 손을 내민 것처럼 나 또한 나의 손을 내밀어 누군가의 손을 잡고 싶다 그 작은 일에서부터 우리의 가슴이 데워진다는 것을 세삼 느껴보고 싶다 그대여 이제 그만 마음 아파하렴... 🍒 ❄출처 : 이정하 시집,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푸른숲, 2002. 🍎 해설 외로운 사람이 많다.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아픈 마음을 달래줄 이도 많지 않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상대방을 손을 잡아주는 순간부터 두 사람은 하나가 되기 시작한다. 가슴을 열고 마음의 문을 열고 두 사람은 하나가 되기 시작한다. 역사는 새로 시작된다. 기적이 일..

좋은시 2022.07.21

신경림 좋은시 별

신경림 좋은 시 별. 마음의 눈으로 보면 별이 보인다. 별 /신경림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 하늘에 별이 보이니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 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니 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반짝반짝 탁한 하늘에 별이 보인다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 🍒 ❄출처 : 신경림 시집, 『사진관집 이층』,창비,2014. 🍎 해설 나이 들어 눈은 어두워졌는데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니 이것은 무슨 뜻일까. 노안(老眼)이라서 보인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세월의 힘인가? 세상은 비록 탁한 하늘이지만 그 내부 깊숙한 곳에서 '별'을 발견할 수 있는 지혜가 생겼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산다. 일에 몰두해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놓친 것은 없었..

좋은시 202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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