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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좋은 시 귀촉도

무명시인M 2022. 6. 7.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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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좋은 시 귀촉도. Source: www. pexels.com

서정주 좋은 시 귀촉도. 못 다 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형상화한 명시.

귀촉도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 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은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아. 🍒

 

출처 : 서정주 시집, 귀촉도, 선문사, 1948.

 

🍎 해설

*파촉(巴蜀) : 중국 쓰촨성(四川省)에 있던 촉 나라 땅.서역'과 함께 한 번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죽음의 세계를 뜻한다.

*육날 메투리: 삼 껍질로 짠 신.

*이냥 : 이대로.

*귀촉도(歸蜀途) : 문자 그대로는 '() 나라로 가는 길'. 여기서는 두견새(소쩍새. 접동새) 울음소리와 겹쳐 있다.

 

이 시는 촉나라 마지막 임금이 죽어서 두견새=귀촉도가 되었다는 전설을 모티브로 하여 이별의 슬픔을 처절하게 노래하였다.

못 다 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사무치는 그리움을 한국어의 아름다움으로 형상화한 명시로 평가되고 있다.

 

귀촉도는 임의 표상이자 나를 연결해 주는 사랑의 연결고리이고 애절한 한의 상징이다. 이 귀촉도의 스토리부터 알아야 이 시가 이해된다.

 

삼국지로 돌아가 보자. 제갈공명마저 죽자 촉나라는 망한다. 유비의 아들인 마지막 임금 유선은 위나라에 인질로 잡혀간다. 그는 애타게 촉나라를 그리워했고, 돌아가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죽어서 두견새(귀촉도)가 되었다. 밤이고 낮이고 귀촉도(촉나라로 돌아가고 싶다)’ ‘귀촉도하고 슬피 울다가 피를 토했다. 이 두견새의 피가 진달래의 뿌리에 배어들어 꽃이 붉어졌고, 그래서 진달래를 두견화라고도 한다. 진달래도 그리움의 표상이다.

 

이 시의 주인공은 여인이다. 여인이 사랑하는 임을 보내고 나니, 그 그리움이 너무도 사무쳐 은장도 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짚신이나 삼아 드릴 걸 하고 생각한다.

 

임 그리는 마음은 밤이 깊을수록 더욱 사무쳐만 온다. 두견새가 촉나라 그리운 마음으로 목이 젖도록 피를 토하며 운다. 임 보낸 여인의 마음도 귀촉도, 귀촉도하고 우는 두견새의 울음처럼 피가 맺힌다.

 

망국의 한을 담고 있는 귀촉도를 임 잃은 여인의 애절한 망부한으로 변형시켜 노래한 시이므로 일제시 조국을 잃은 우리 민족의 한을 담은 시라고 평가하는 평론가들도 있다.

 

아무튼 이 작품은 시인이 한국인의 심정의 원형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적 한의 정서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우리 심정의 거울로서 귀촉도를 노래하고 있으며, 이루지 못하고 행하지 못한 일들을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라는 표현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한국인의 정서와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살린 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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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 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구비구비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은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Source: www. pexels.com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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