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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악 좋은 시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무명시인M 2022. 6. 2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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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악 좋은 시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Source: www. pixabay. com

이용악 좋은 시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러시아를 떠돌며 장사를 하면서 애들을 키운 조선인 아버지가 임종을 맞는다.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이용악

우리집도 아니고

일가집도 아닌 집

고향은 더욱 아닌 곳에서

아버지의 침상 없는 최후의 밤은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노령(露領)을 다니면서까지

애써 자래운 아들과 딸에게

한마디 남겨 두는 말도 없었고

아무을만의 파선도

설룽한 니코리스크의 밤도 완전히 잊으셨다

목침을 반듯이 벤 채

 

다시 뜨시잖는 두 눈에

피지 못한 꿈의 꽃봉오리가 갈앉고

얼음장에 누우신 듯 손발은 식어갈 뿐

입술은 심장의 영원한 정지를 가리켰다

때늦은 의원이 아무 말없이 돌아간 뒤

이웃 늙은이 손으로

눈빛 미명은 고요히

낯을 덮었다

 

우리는 머리맡에 엎디어

있는 대로의 울음을 다아 울었고

아버지의 침상 없는 최후의 밤은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

 

출처 : 시집 분수령(1937) 수록, 이용악 시집 이용악 시전집,문학과지성사,2018.

 

🍎 해설

*노령: 러시아

*설룽한; 썰렁한

*미명: 무명()의 오기.

 

이 시는 일제의 핍박에 의해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삶을 꾸려가던 한 조선인 아버지의 임종을 통해 일제 강점기 하의 조선 유랑민들의 비극적인 삶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일제의 탄압에 의해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조선인 아버지는 낯선 러시아에서 장사를 하며 아들과 딸들을 잘 키웠다. 고생이 참으로 많았다.

그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무런 유언도 없었고 침상도 없이 목침을 벤채. 가족들은 슬프다그러나 시인은 그 슬픔을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라고 말하면서 비극을 객관화시키고 있다.

 

이 비극의 객관화는 우리에게 더욱 안타까운 슬픔을 느끼게 한다. 시적 리듬도 뛰어나다. 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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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도 아니고

일가집도 아닌 집

고향은 더욱 아닌 곳에서

아버지의 침상 없는 최후의 밤은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우리는 머리맡에 엎디어

있는 대로의 울음을 다아 울었고

아버지의 침상 없는 최후의 밤은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Source; www. pixa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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