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나희덕 좋은 시 음지의 꽃. 희망은 상처에서 시작된다. 버섯처럼.
음지의 꽃
/나희덕
우리는 썩어가는 참나무떼,
벌목의 슬픔으로 서 있는 이 땅
패역의 골짜기에서
서로에게 기댄 채 겨울을 난다
함께 썩어갈수록
바람은 더 높은 곳에서 우리를 흔들고
이윽고 잠자던 홀씨들 일어나
우리 몸에 뚫렸던 상처마다 버섯이 피어난다
황홀한 음지의 꽃이여
우리는 서서히 썩어가지만
너는 소나기처럼 후드득 피어나
그 고통을 순간에 멈추게 하는구나
오, 버섯이여
산비탈에 구르는 낙엽으로도
골짜기를 떠도는 바람으로도
덮을 길 없는 우리 몸을
뿌리 없는 너의 독기로 채우는구나 🍒
❄출처 : 나희덕 시집, 『뿌리에게』,창비,1999.
🍎 해설
음지의 꽃은 버섯이다. 이 시는 벌목 당한 참나무 떼에서 피어나는 표고버섯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우리 몸에 뚫렸던 상처마다 버섯이 피어난다”
시인은 ‘희망’은 상처에서 시작된다고 노래한다. 참나무에서 태어 난 뿌리없는 버섯의 생명력을 시인은 예찬한다. 버섯의 놀라운 생명력으로 슬픔을 극복하고 희망을 느끼는 참나무의 심정을 형상화하였다.
이 시는 상처투성이의 연약하고 소외된 존재들을 감싸 안으면서 소외된 존재들의 절망 속에서의 희망을 노래한 우수작품이다. 시인은 과장없고 독특한 민중적 서정시를 개척하고 있다.
반응형
우리는 썩어가는 참나무떼,
벌목의 슬픔으로 서 있는 이 땅
함께 썩어갈수록
우리 몸에 뚫렸던 상처마다 버섯이 피어난다
오, 버섯이여
산비탈에 구르는 낙엽으로도
덮을 길 없는 우리 몸을
뿌리 없는 너의 독기로 채우는구나
반응형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보영 좋은 시 7월에는 친구를 (0) | 2022.07.01 |
---|---|
나태주 좋은 시 촉 (0) | 2022.06.30 |
이용악 좋은 시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0) | 2022.06.28 |
함민복 좋은 시 그 샘 (0) | 2022.06.27 |
서정주 좋은 시 신발 (0) | 2022.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