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서정주 좋은 시 신발

무명시인M 2022. 6. 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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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좋은 시 신발. Source: www. pixabay. com

서정주 좋은 시 신발. 명절날 신으라고 아버지가 사 준 신발.

신발

/서정주

나보고 명절날 신으라고 아버지가 사다 주신 내신발을 나는 먼 바다로 흘러내리는 개울물에서 장난하고 놀다가 그만 떠내려 보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마 내 이 신발은 벌써 변산 콧등 밑의 개 안을 벗어나서 이 세상의 온갖 바닷가를 내 대신 굽이치며 돌아다니고 있을 것입니다.

 

아버지는 이어서 그것 대신의 신발을 또 한 켤레 사다가 신겨 주시긴 했습니다만,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용품일뿐, 그 대용품을 신고 명절을 맞이해야 했었습니다.

 

그래, 내가 스스로 내 신발을 사 신게 된 뒤에도 예순이 다 된 지금까지 나는 아직 대용품으로 신발을 사 신는 습관을 고치치 못한 그대로 있습니다. 🍒

 

출처 : 서정주 시집, 질마재 신화, 은행나무, 2019.

 

🍎 해설

*: 개천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

*: 개천

 

이 시에서 신발은 어린 시절의 꿈과 순수성, 이상의 상징이다. 아버지가 사 준 명절날 용 신발은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순수성이다.

 

시인은 놀다가 냇물에 떠내려 보낸 신발이 이 세상의 온갖 바닷가를 다 구경하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래서 시인은 예순이 다 된 지금에도 어린 시절에 잃어버린 아버지가 사 준 신발을 그리워한다. 순수한 세계에 대한 그리움, 누구나 갖고 있는 그 어떤 상실감에 대한 그리움을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

 

한편 이 시가 수록된 시집 질마재 신화의 시들은 대부분 산문적 서술형으로 되어 있다. 시인은 시에 산문적 서술형을 도입함으로서 전통적 시 양식에 대한 도전을 시도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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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고 명절날 신으라고 아버지가 사다 주신 내신발을 나는 먼 바다로 흘러내리는 개울물에서 장난하고 놀다가 그만 떠내려 보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이어서 그것 대신의 신발을 또 한 켤레 사다가 신겨 주시긴 했습니다만,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용품이었습니다.

 

예순이 다 된 지금까지 나는 아직 대용품으로 신발을 사 신는 습관을 고치치 못한 그대로 있습니다.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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