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함민복 좋은 시 그 샘

무명시인M 2022. 6. 2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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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좋은 시 그 샘. Source: www. pixabay. com

함민복 좋은 시 그 샘. 그 샘에서는 하루에 한 집 먹을만큼만 물이 나온다.

그 샘

/함민복

네 집에서 그 샘으로 가는 길은 한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벽이면 물 길러 가는 인기척을 들을 수 있었지요.

 

서로 짠 일도 아닌데

새벽 제일 맑게 고인 물은

네 집이 돌아가며 길어 먹었지요.

 

순번이 된 집에서 물 길어 간 후에야

똬리 끈 입에 물고 삽짝 들어서시는 어머니나

물지게 진 아버지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집안에 일이 있으면 그 순번이 자연스럽게 양보되기도 했었구요.

 

넉넉하지 못한 물로 사람들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던

그 샘가

미나리꽝에서는 미나리가 푸르고

앙금 내리는 감자는 잘도 썩어

구린내 훅 풍겼지요. 🍒

 

출처 : 함민복 시집, 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 2020.

 

🍎 해설

이 시는 토속적인 시어로 시골 마을의 공동체 분위기를 잘 살려내고 있다.

시골 마을에 조그마한 공동 우물이 있다. 이 우물의 샘물은 넉넉하지 못한 살림살이처럼 하루에 한 집 먹을 만큼만 솟아나온다. 네 가구가 서로 양보하면서 먹을만큼만 물을 길어간다. 순번을 양보하기도 한다.

 

이웃끼리 서로 배려하면서 물을 길어 나눠 먹었던 훈훈한 인정과 공동체 사회의 미덕.

상생과 협력을 바탕으로 더불어 사는 사회를 힘써 구현해 나가야할 오늘의 우리 사회에게 주는 아름다운 시의 선물이다.

 

🌹 함민복 시인의 자작시 해설

내가 태어난 문바위란 마을에 바가지로 물을 떠먹던 작은 샘이 있었습니다. 샘 언덕에 커다란 향나무가 있어 저녁 무렵이면 솟아오르는 물보다 쏟아져 내리는 참새소리가 더 그득 차 오르던 돌이끼 낀 샘이었지요. 어머니가 나를 임신했을 때 유난히 입덧을 심하게 해 아버지가 한밤중에 바가지 들고 고드름 따러 다녔다는 그 샘. 앵두나무 울타리와 왕골 논배미 지나면 눈동자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던.

 

집에서 그 샘으로 가는 길은 한길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벽이면 물 길러 가는 인기척을 들을 수 있었지요. 서로 짠 일도 아닌데 새벽 제일 맑게 고인 물은 네 집이 돌아가며 길어 먹었지요. 순번이 된 집에서 물길어 가는 인기척이 난 후에야 똬리 끈 입에 물고 삽짝 들어서시는 어머니나 물지게 진 아버지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집안에 일이 있으면 그 순번이 자연스럽게 양보되기도 했었구요. 넉넉하지 못한 물로 사람들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던 그 샘 가 미나리꽝에서는 미나리가 푸르고 앙금 내리는 감자는 잘도 썩어 구린내 훅 풍겼지요. 그 샘물을 먹고 자란 나는, 나의 생활은. 사뭇, 부끄럽습니다.

출처 : 함민복 시인, 언론 기고문(2003)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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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짠 일도 아닌데

새벽 제일 맑게 고인 물은

네 집이 돌아가며 길어 먹었지요.

 

집안에 일이 있으면 그 순번이 자연스럽게 양보되기도 했었구요.

 

넉넉하지 못한 물로 사람들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던

그 샘가

미나리꽝에서는 미나리가 푸르렀지요.

Source: www. pixa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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