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서커스의 여자. 인간은 서커스의 여자 곡예사.서커스의 여자/한강붉고 긴 천으로벗은 몸을 묶고허공에 매달린 여자를 보았다 무덤의 천장에는 시퍼런 별들순장된 우리는 눈을 빛내고활짝네 몸에 감긴 천으로 풀어낼 때마다툭툭목숨 떨어지는 소리 걱정 마 나는 아홉개의 목숨을 가졌어열아홉 개, 아흔아홉 개인지도 몰라 아흔여덟 번 죽었다가 다시 눈 뜰 때 태아처럼 곱은 허릴 뒤로 젖히고한번 더 날렵하게 떨어져주지 팽팽히 더 뻗어야지,붉은 끈이 감긴 다리를 분질러진 발목을마저 허공에 눕혀야지 눈을 가린 광대가 던져 올리는색색의 공들처럼점점 빨라지거나,영원히 놓치거나 툭 툭어디서 장사 지내는 소리울부짖는 소리 들리면 마중 나가야지더,좀더 아래로 🍒 ❄출처 :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