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모래내. 1978년. 지난 날 우리 가족들의 모습.모래내 ․ 1978년 /이성복1 하늘 한 곳에서 어머니는 늘 아팠다밤 이슥하도록 전화하고 깨자마자누이는 또 전화했다 혼인(婚姻)날이 멀지 않은 거다눈 감으면 노란 꽃들이 머리 끝까지 흔들리고시간은 모래 언덕처럼 흘러내렸다아, 잤다 잠 속에서 다시 잤다보았다, 달려드는, 눈 속으로, 트럭, 거대한 무서워요 어머니―얘야, 나는 아프단다 2 이제는 먼지 앉은 기왓장에하늘색을 칠하고오늘 저녁 누이의 결혼 얘기를 듣는다꿈 속인 듯 멀리 화곡동 불빛이흔들린다 꿈 속인 듯 아득히 기적이 울고웃음 소리에 놀란 그림자 벽에 춤춘다노새야, 노새야 빨리 오렴어린 날의 내가 스물 여덟 살의 나를 끌고 간다산 넘고 물 건너 간다 노새야, 멀리 가야 해 3 거기서 너는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