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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 25

윤보영 짧은 시 모래와 바다

윤보영 짧은 시 모래와 바다. 해수욕장에 가서 여러분에게 문득 그리움이 밀려올 수 있다. 모래와 바다 /윤보영 마음을 헤아리는 것보다 차라리 해변에 앉아 모래알의 숫자를 헤아리는 게 더 쉽겠다. 많은 모래가 모여야 백사장이 되지만 내 그리움은 반만 담아도 바다가 된다. 🍒 ❄출처 : 윤보영 시집, 『그대가 있어 더 좋은 하루』,YBY, 2004. 🍎 해설 윤보영 시인의 시는 극단적인 상황이나 특별한 묘사, 어려운 시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그 속에 담긴 짧으면서도 강렬한 발상과 표현이 독자의 마음을 끌어 당긴다. 이제 여름휴가철이다. 여러분은 해수욕장에 가서 모래와 바다를 자연스럽게 만날 것이다. 문득 여러분에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올 수도 있다. 그대의 그리움은 과연 바다의 모래알 개수보다 ..

짧은 시 2022.07.18

이재무 좋은 시 구부러지다

이재무 좋은 시 구부러지다. 강은 강물이 구부린 것이고 해안선은 바닷물이... 구부러지다 /이재무 강은 강물이 구부린 것이고 해안선은 바닷물이 구부린 것이고 능선은 시간이 구부린 것이고 처마는 목수가 구부린 것이고 오솔길은 길손들이 구부린 것이고 내 마음은 네가 구부린 것이다 🍒 ❄출처 : 이재무 시집, 『데스밸리에서 죽다』.천년의시작,2020. 🍎 해설 구불구불한 강을 만든 것은 강물이었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만든 것은 바닷물이었다. 구불구불 돌아서 가는 오솔길을 만든 건 길손들이었다. 그리고 내 마음을 구불구불하게 만든 것은 바로 당신이었다. 구부러진 것들에는 모두 쌓인 사연이 있다. 운명과 같은 역사와 인고의 세월이 있다. 구부러진 사연과 역사, 인고의 시절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 반칠환 시..

좋은시 2022.07.17

윤동주 좋은 시 쉽게 씌어진 시

운동주 좋은 시 쉽게 씌어진 시. 고백적 어조로 윤동주 특유의 부끄러움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시.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19..

좋은시 2022.07.16

서정주 명시 화사

서정주 명시 화사. 서정주 시인의 초기 작품이자 대표작 중의 하나. 화사(花蛇) /서정주 사향 박하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둥아리냐.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던 달변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낼룽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 뜯어라, 원통히 물어 뜯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麝香) 방초(芳草) 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꼬여 두를까부다.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 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 난..

김소월 좋은 시 첫사랑

김소월 좋은 시 첫사랑.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어찌 잊으랴.첫사랑/김소월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내가 만약 달이 된다면 지금 그 사람의 창가에도 아마 몇줄기는 내려지겠지 사랑하기 위하여 서로를 사랑하기 위하여 숲속의 외딴집 하나 거기 초록빛위 구구구 비둘기 산다 이제 막 장미가 시들고 다시 무슨꽃이 피려한다.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산너머 갈매 하늘이 호수에 가득 담기고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 ❄출처 :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자화상,2021. 🍎 해설*갈매 하늘: 짙은 초록빛 하늘 이 시는 첫 연에서 승부가 났다. 내가 만약 달이 된다면 지금 그 사람의 창가에도 아마 몇줄기는 내려지겠지. 이 대목이 사랑 드라마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구절이다. 지금은 헤어졌다. 첫사랑 그 사람..

좋은시 2022.07.14

문정희 좋은 시 늙은 꽃

문정희 좋은 시 늙은 꽃. 늙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최선을 다 한 사람은 한 떨기 꽃이다. 늙은 꽃 /문정희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 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 ❄출처 : 문정희 시집, 『다산의 처녀』,민음사,2010, 🍎 해설 꽃이 찬란한 것은 늙지 않기 때문이다.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버리기 때문이다. 꽃의 피 속에는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고, 말과 분별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꽃인들 최선을 다했다. 꽃이 아름다운 까닭은 피어나기 위해 사력을..

좋은시 2022.07.13

안도현 짧은 시 별

안도현 짧은 시 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시. 별 /안도현 별을 쳐다보면 가고 싶다 어두워야 빛나는 그 별에 셋방을 하나 얻고 싶다 🍒 ❄출처 : 안도현 시집, 『그대에게 가고 싶다』,푸른숲,1991. 🍎 해설 이 시는 다음과 같은 사람만이 쓸 수 있다. 첫째, 별을 반짝이게 하기 위하여 자신이 어두워질 수 있는 사람이다. 둘째, 사글세 셋방을 살아 본 사람이다. 셋째,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아름다운 꿈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안도현 시인은 짧은 시도 잘 쓴다. 이 시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시다. 별을 쳐다보면 가고 싶다 어두워야 빛나는 그 별에 셋방을 하나 얻고 싶다

짧은 시 2022.07.12

조병화 좋은 시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조병화 좋은 시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허무의 전파에 대항하여 쓴 좋은 시.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조병화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당신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서러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외로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사나운 거리에서 모조리 부스러진 나의 작은 감정들이 소중한 당신 가슴에 안겨들은 것입니다. 밤이 있어야 했습니다. 밤은 약한 사람들의 최대의 행복 제한된 행복을 위하여 밤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눈치를 보면서 눈치를 보면서 걸어야 하는 거리 연애도 없이 비극만 깔린 이 아스팔트 어느 이파리 아스라진 가로수에 기대어 별들 아래 당신의 검은 머리카락이 있어야 했습니다. 나보다 앞선 벗들이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한 것이라고 말을 두고 돌아들 갔습니다. 벗들의 말을 믿지 않기 위하여 나는 온 생..

좋은시 2022.07.11

김영랑 좋은 시 내 마음을 아실 이

김영랑 좋은 시 내 마음을 아실 이. 나의 마음을 알아 줄 임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서정시. 내 마음을 아실 이 /김영랑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데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띠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드리지 아!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 ❄출처 : 김영랑 시집, 『초판본 영랑시선』,42미디어콘텐츠,2016. 🍎 해설 인생이란 내 마음을 아는 사람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이 시는 나의 마음을 알아줄 임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노래이다. 불꽃같..

좋은시 2022.07.10

도종환 좋은 시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좋은 시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소박한 삶 속에서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는 당신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는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

좋은시 202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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