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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오월 <짧은 수필>

피천득 오월 . 아주 짧은 수필이므로 완독해 주시길 바란다. 오월/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失了愛情痛苦(득료애정통고 실료애정통고)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명작 수필 2021.01.15

정현종 좋은 시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오늘은 힘든 이 시기에 용기를 주는 정현종 시인의 좋은 시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을 감상해 보자.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정현종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뛰어오르는 꼴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해설 요즈음은 코로나 19로 누구나 힘들다. 이런 때에 정현종 시인의 이 시는 용기를 북돋워 주는 시다. 역경과 시련에 늘 강한 사람은 세상에 없다. 역경에 부딪혔을 때 탄성을 가진 공처럼 다시 튀어 오르는 회복력이 중요하다. 사람에게 탄력성과 유연성은 생존전략 중 가장 중요한 전략이다. 공은 바..

좋은시 2021.01.14

명수필 박완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전문 및 해설>

한국 명수필 박완서 작가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완독하시기를 권고한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박완서 가끔 별난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손뼉을 치고 싶은 충동 같은 것 말이다. 마음속 깊이 잠재한 환호에의 갈망 같은 게 이런 충동을 느끼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요샌 좀처럼 이런 갈망을 풀 기회가 없다. 환호가 아니라도 좋으니 속이 후련하게 박장 대소라도 할 기회나마 거의 없다. 의례적인 미소 아니면 조소·냉소·고소가 고작이다. 이러다가 얼굴 모양까지 얄궂게 일그러질 것 같아 겁이 난다. 환호하고픈 갈망을 가장 속 시원하게 풀 수 있는 기회는 뭐니뭐니 해도 잘 싸우는 운동 경기를 볼 때가 아닌가 싶다. 특히 국제 경기에서 우리편이 이기는 걸 텔레비전을 통해서나마 볼 때면 그렇..

명작 수필 2021.01.13

백무산 좋은 시 정지의 힘

오늘은 백무산 시인의 좋은 시 정지의 힘을 감상해 보자.코로나 19 극복 응원 메시지로 들린다. 정지의 힘 /백무산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가 달리는 이유를 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 해설 1789년 프랑스 혁명 때, 파리 시민들이 제일 먼저 부순 건 바스티유 감옥과 시계탑이었다고 한다. 역사를 크게 바꾸려면 역설적으로 시계를 일시 정지시켜야 한다는 말인가? 코로나 19로 세상이 정지해 있는듯한 이 어려운 시기에 이 시..

좋은시 2021.01.12

한국 명수필 이양하 나무 <전문 및 해설>

한국 명수필 이양하 교수의 나무를 감상해 보자. 수필읽기는 우선 인내심 훈련이다.훌륭한 문학 장르이다. 나무 /이양하 나무는 덕을 지녔다. 나무는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을 안다. 나무로 태어난 것을 탓하지 아니하고, 왜 여기 놓이고 저기 놓이지 않았는가를 탓하지 아니한다. 골짜기에 내려서면 물이 좋을까 하여, 새로운 자리를 엿보는 일도 없다. 물과 흙과 태양의 아들로, 물과 흙과 태양이 주는 대로 받고, 득박(得薄)과 불만족을 말하지 아니한다. 이웃 친구의 처지에 눈떠 보는 일도 없다.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스스로 족하고, 진달래는 진달래대로 스스로 족하다. 나무는 고독을 안다. 나무는 모든 고독을 안다. 안개에 잠긴 아침의 고독을 알고, 구름에 덮인 저녁의 고독을 안다. 부슬비 내리는 가을 저녁의 고독..

명작 수필 2021.01.11

정현종 명시 방문객

정현종 시인의 명시 방문객을 감상해 보기로 하자.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낼 수 있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해설 우리들은 이미 다른 사람을 '환대'하는 마음을 잃은 지 오래이다. 정현종 시인은 그런 환대를 잃어버린 마음에 '바람'이라는 시적 은유를 등장시켜 새롭게 길을 내려고 한다. 꽉 막힌 마음에 새 바람을 불어 넣길 원하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장 폴 사르트르는 젊을 때,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토로한 바 있다.누구나 다른 ..

좋은시 2021.01.10

서정주 명시 국화 옆에서

서정주 시인의 명시 국화옆에서 :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필수 수록작품이다. 이 블로그에서는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로 선정하였다. 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필라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보다 ♬ 해설 자기자신을 조용히 관조해 보는 시다. 인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에서 느낄 수 있듯이 자신을 조용히 관조의 거울 앞에 세우고, 자연의 섭리도 그렇게 바라 본 격조높은 명시다. 이만큼 치열한 시 해설..

정현종 짧은 시 아침

오늘 아침에는 정현종 시인의 짧은 시 아침을 감상해 보기로 한다. 아침 /정현종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 운명은 혹시 저녁이나 밤에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올른지 모르겠으나,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 해설 미라클 모닝! 내 삶의 열정과 희망을 발견하는 시간이다. 미라클 모닝 시간에는 희망의 끈을 붙잡아야 한다. 금융위기라는 경제 위기의 한파까지 가세한 2008년 겨울철, 광화문 글판에는 웅크린 사람들의 가슴을 어루만지면서 뜨거운 희망의 숨결을 불어넣는 짧은 경구가 적혀 있있다. 바로 정현종 시인의 아침이었다. 대학생들은 정현종의 아침을 다음 세 줄로 축약하였다.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2021년은 아침의 해다.백신을 맞고 코로나19를..

짧은 시 2021.01.08

나태주 짧은시 눈 위에 쓴다

오늘 눈이 왔다.이런 날엔 나태주 시인의 짧은시 눈 위에 쓴다가 생각난다. 눈 위에 쓴다 /나태주 눈 위에 쓴다 사랑한다 너를 그래서 나 쉽게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 떠나지 못한다 ♣해설 연인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시다.쉽게 암송하기 위해 영어로 번역해 보기로 하자. I’m writing it in the snow I’m writing it in the snow “I love you". So I cannot easily leave This beautiful star called the Earth. ​

짧은 시 2021.01.07

박목월 명시 산도화

박목월 명시 산도화. 한 폭의 그림이다. 이 블로그는 이 시를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카테고리)로 선정하였다. 산도화 /박목월 산은 구강산(九江山) 보랏빛 석산(石山) 산도화 두어 송이 송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 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 ☞해설 구강산(九江山): 현실 세계에 없는 가상의 공간 산도화: 산복숭아꽃 송이 버는데: 옆으로 벌어지는데 박목월 시인의 명시중 하나다. 이 시는 봄날의 정경을 담은 한 폭의 그림이다.간결하고 짧은 시행과 압축적인 표현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정경을 묘사하고 있다. 자연만이 있는게 아니다.절망의 세계(겨울, 돌산 등) 속에서 태어나는 생명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가슴 벅차게 노래하고 있다. 산도화와 발을 씻는 암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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