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살다보면 어떻게 가고 싶은 길만 가겠는가.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출처 : 도종환 시집, 『부드러운 직선』, 창비, 1998.
🍎 해설
사람이 살다보면 어떻게 가고 싶은 길만 가겠는가?
그러나 지나간 길을 뒤돌아 보되 후회가 아닌 자아성찰을 하라.
부족하더라도 지침과 교훈을 찾아내라.
내가 힘들어 했던 모든 경험들이 나중에 보면 다 필요한 일이었다.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길을 가야 한다는 생각을 만들어 주는 시다.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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