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노천명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무명시인M 2023. 3. 9.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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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명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가슴을 깎는 고독이 여과된 시.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 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짓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출처 : 노천명 시집, 별을 쳐다보며, 희망출판사, 1953.

 

🍎 해설

노천명 시인은 고독한 삶을 살다간 시인이다. 시인은 시골 속에 들어가 이름없는 여인으로 살 수 있다면 여왕보다 행복하겠다고 한다. 고독한 시인의 순박하고 순결한 마음이 감동적이다.

 

조그만 산골 마을의 이름 없는 여인으로 자신을 낮추는 이 '귀거래사'가 오늘날에도 우리의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뭘까? 세상이 그만큼 각박해졌다는 징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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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삽살개는 달을 짓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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