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나태주 전화를 걸고 있는 중

무명시인M 2023. 2. 27.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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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전화를 걸고 있는 중.

나태주 전화를 걸고 있는 중. 핸드폰으로 살며시 건네는 안부 인사. 그건 아름다운 일이다.

전화를 걸고 있는 중

/나태주

바람 부는 날이면

전화를 걸고 싶다

하늘 맑고 구름 높이 뜬 날이면

더욱 전화를 걸고 싶다

 

전화 가운데서도 핸드폰으로

멀리, 멀리 있는 사람에게

오래, 오래 잊고 살던

이름조차 가물가물한 사람을 찾아내어

 

잘 있느냐고

잘 있었다고

잘 있으라고

잘 있을 것이라고

 

아마도 나는 오늘

바람이 되고 싶고

구름이 되고 싶은가보다

가볍고 가벼운 전화 음성이 되고 싶은가보다

 

나는 지금 자전거를 끌고

개울 길을 따라가면서

너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중이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마음이 살짝 기운다, 알에이치코리아, 2019.

 

🍎 해설

개울이 흘러가는 걸 보고 따라가면서, 자전거를 끌고 홀로 가면서 이름조차 가물가물한 누군가를 떠올려 전화를 한다.

 

멀리 떨어져 살고, 한참을 잊고 살았던 한 사람이 문득 떠올랐거나 자신이 알고 지내던 한 사람이 문득 떠올랐을 수도 있다.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의 일을 묻고, 오늘의 안부를 전하고, 내일의 안녕을 바란다.

 

따뜻하고 밝고 경쾌한 전화 음색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나태주 시인이

삶에서 마주했던 인연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전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람부는 날이 아니어도 좋다. 하늘 맑고 구름 높이 뜬 날이 아니어도 좋다. 개울 길이 아니어도 좋다. 자전거를 끌고 가지 않아도 좋다. 삶에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에게,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끔 핸드폰으로 안부를 물어 보자. 핸드폰으로나마 인정을 담아 살며시 건네는 인사! 그건 아름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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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이면

전화를 걸고 싶다

전화 가운데서도 핸드폰으로

멀리, 멀리 있는 사람에게

 

잘 있느냐고

잘 있었다고

잘 있으라고

잘 있을 것이라고

 

아마도 나는 오늘

바람이 되고 싶고

구름이 되고 싶은가보다

가볍고 가벼운 전화 음성이 되고 싶은가보다

바람부는 날이면 전화를 걸고 싶다
전화 가운데서도 핸드폰으로멀리 멀리 있는 사람에게
잘 있느냐고 잘 있었다고
아마도 나는 오늘 바람이 되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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