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이상국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무명시인M 2023. 3. 7.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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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이상국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내 새끼, 내 아내밖에 없다. 오늘은 집에 일찍 가자.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이상국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골목길 감나무에게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 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은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

 

출처 : 이상국 시집,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창비, 2005.

 

🍎 해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이런저런 일로 복잡했던 오늘의 직장에서의 하루.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밖으로만 돌곤 한 적은 없으십니까? ‘상처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어둠이 깊어서야 집에 들어간 적은 없으십니까?

 

그러나 여러분, 내 새끼, 내 아내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가세요.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도 치고. 숟가락을 부딪히며 저녁을 먹으세요.

 

그게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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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불은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나는 벌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집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그러나 이제는 일찍 집에 가자
숟가락을 부딪히며 저녁을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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