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이상국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내 새끼, 내 아내밖에 없다. 오늘은 집에 일찍 가자.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이상국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골목길 감나무에게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 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은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
❄출처 : 이상국 시집,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창비, 2005.
🍎 해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이런저런 일로 복잡했던 오늘의 직장에서의 하루.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밖으로만 돌곤 한 적은 없으십니까? ‘상처’와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어둠이 깊어서야 집에 들어간 적은 없으십니까?
그러나 여러분, 내 새끼, 내 아내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가세요.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도 치고. 숟가락을 부딪히며 저녁을 먹으세요.
그게 행복입니다.
반응형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불은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반응형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천명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0) | 2023.03.09 |
---|---|
윤동주 바람이 불어 (0) | 2023.03.08 |
나태주 전화를 걸고 있는 중 (0) | 2023.02.27 |
조지훈 완화삼 (0) | 2023.02.25 |
정지용 유리창 (0) | 2023.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