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좋은 시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소박한 삶 속에서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는 당신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는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깍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
❄출처 : 도종환 시집,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실천문학사, 2005.
🍎 해설
내가 사랑하는 당신에게 바라는 마음을 잔잔하게 노래한 시다. 물오리 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처럼 평화롭고 편안한 시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황금빛 노을처럼 화려하거나, 만월처럼 너무 환한 모습이 아니다.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고 가득 차지 않은 달빛으로 빈 논길을 쓰다듬어 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다.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가고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르고 싶다. 그 강물은
바위를 깍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다. 이처럼 소박한 삶 속에사 당신에게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서정시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깍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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